Es muss sein!

프란츠에게 어둠은 무한성이었고, 사비나에게 어둠은 보는 것의 거부였다.

시위라고는 없는 제네바에서 적당히 좋은 평판을 받으며 교수생활을 하는 프란츠에게 망명, 박해 등의 드라마를 배경으로 지닌 사비나는 낭만적인 존재였다. 사비나에게 고통인 드라마는 프란츠에게 낭만이었다.

요즘 고통과 낭만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사비나에게 공동묘지는 아련한 향수를 일으키고, 프란츠에게는 추악한 하치장에 불과했다.’

 

사비나에게 ‘배신’은 아주 중요하다. 그녀는 아버지를 배신하였고, 조국 또한 배신할 수 있으며, 프란츠를 배신하였다. 그녀에게 배반의 순간은 즐거움이었다. 그러나 배신 당한 아버지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그녀를 따라 세상을 떠났으며, 배신 당한 프란츠는 그녀를 쫓아오지 않았다.

무거운 줄 알았던 존재가 알고보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것이었다면? 우리는 그 허무한 가벼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요즘 인생을 살면서 한 단계 단계를 넘어갈 때마다 별 거 아니었구나.. 깨닫고 있는데 결국 우리는 그 단계를 지났을 때도 무겁게 느껴지는 존재를 찾아야 하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