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먼저 죽은 이들의 삶을 짊어지고 가는 것일까.
우리의 일생이 죽음과 연관되어있지 않다 하더라도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잃은 채 살고 있다.
겨우겨우 하루를 살아가듯, 우리는 진짜로 겨우겨우 살아가는 것일까?
하루하루 삶에 집중하다보면, 아무것도 깊게 그리고 크게 문제 삼지 않게되지만
모든 것이 허망하고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부터 시작인거다.
그런사람들(책속의 등장인물인 나오코 언니, 기즈키 그리고 나오코)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더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듯이.. 마지막 목숨까지 내어놓았다.
그들은 도무지 이유를 찾을 수 없을 만큼 허망해 버렸지.
그런 사람들은 홀리듯이 와타나베에게 끌린다.
허망하지만 그대로도 괜찮은 사람. 자신들의 내면을 알아봐주면서도 변함없는 사람.
그는 마지막까지 그럭저럭 살아남는다. 상실한 존재들 사이에서 생존한다.
그렇게 살아 남은 그도,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우린 어느정도 대가를 치뤄야한다고 말한다.
그토록 무던하던 그에게도 봄날의 외로움에 분노가 일었다.
삶의 본질이 무엇일까.
본질에 대한 고민을 많이하고 깊이 사색한 사람들일수록 오히려 더 불완전하지 않은가.
내면의 깊고도 비밀스러운 것들을 알고자 하면 우리 스스로가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식하게 되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가사가와’는 세상을 좀 더 수월하게 살아가는 사람으로 등장하는데,
그의 삶의 방식이 쉬워 보여서 부럽지만 어쩐지 내가 경멸하는 사람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이 책은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인생 교과서 같은 책은 절대 아니다.
그렇지만 삶에서 무언가를 상실했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에게는 퍽 위로를 줄 수 있는 책임에는 분명하다.
작가의 머리 속이 궁금해졌다. 내가 얼만큼 이해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나는 그보다는 덜 허망하고 대신에 덜 깊은 내면을 가졌다. 어쩌면 그만큼만 보려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