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 왜 이 책을 읽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책을 선택한 것은 단연코 얇아서다.ㅎㅎ 얇은데, 오싹한 소설이라니, 밀도가 쫀쫀하겠군… 하는 생각으로 냉큼 읽은책. 여름 만큼이나 오싹한 책은 겨울도 어울리기에.ㅎ

 

화자인 펠리페는 아직은 가난한 역사학자이다. 어느 날 그는 광고에서 어느 구시가지에서’ ‘젊은 역사가 구함’이라는 구인광고와 함께 적힌 ‘4000페소’라는 금액을 보고 면접을 보기로 한다. 그는 구시가지를 좋아하지 않지만, 낡은 저택의 문을 두드리고, 주인인 나이든 노인으로부터 남편 요렌톄 장군의 비망록을 정리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조건은 월급은 4000페소. 비망록 정리를 마칠 때까지는 그 낡은 저택에 머물어 달라는 것 뿐.  그 저택에는 노파 콘수엘로와 그녀의 조카 아우라가 함께 살고 있다.

비망록을 정리하는 펠리페는 그곳에 머물며.. 뭔가 알수 없는 기묘한 분위기의 저택 속에서 파란 눈동자의 아우라에게 점점 빠져들어간다.

하지만 노인 콘수엘로와 아우리의 묘한 동작의 일치. 아우라의 멍한 눈빛. 그러면서도 아우라는 펠리페가 저택을 잠시 떠나는 것 조차 불안해하며, 그에게 계속해서 사랑을 갈구한다. 그런 그녀와 그는 첫날 밤, 두번 째날 밤을 보낼 때마다, 아우라는 소녀에서 여인으로 여인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점점 변해가는데…

펠리페는 아우라를 붙잡고 있었던 것은 콘수엘로라 생각해, 그녀에게 함께 떠나자 말했지만, 중년이 되어 침대에서 일어날 기운조차 없는 아우라는 그녀가 자신을 돕고 있는 것이라는 이상한 말을 한다.. 대체 그 저택에서 실존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이야기를 읽으며, 아우라는 콘수엘로가 붙잡고 싶었던 자신이 가장 돌아가고 싶은 그 시절의 그녀가 아닐까.했다. 혼자 움직이기 조차 어려운 지금, 하지만 그 시절에 그녀는 아름다웠고, 남편이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그 시절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지만, 가장 붙잡고 싶은 순간이지 않을까. 그러기에 펠리페는 그 시절 그녀의 남편이고, 아우라는 그녀 자신이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이 모든것은 콘수엘로의  생각 뿐인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낡은 저택에서 죽어가는 노파가 갖는 가장 큰 욕망은, 자신의 가장 찬란했던 시절로의 회귀이지 않을까..?!

 

이 이야기는 기이하지만, 슬펐고, 가장 소중했던 시간을 잊지못하는 우리 모두의 욕망이지 않나..? 나의 아우라는 어떤 모습일까.

 

“너는 다시 비망록을 덮으면서 왜 아우라가 이 집에서 살고 있는지를 이해하게 돼. 그녀는 이 불쌍한 미치광이 노파에게 젊은과 아름다움에 대한 허상을 지속시켜 주기 위해 있는 거야. 마치 기적을 그린 성화나 보관된 심장들, 그리고 상상의 악마와 성인들에 대한 초상처럼 아우라는 거울 속에 갇힌거야” p.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