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필요없는 유명한 소설 중 하나. 음식을 이토록 애로틱하게 표현한 책이 있을까. 사람에게 음식이란 미각이며서 곧 촉각과도 같다. 굉장히 구체적인 감각인데, 이 감각을 이토록 몽환적이며서 애로틱하게 그려내다니. 읽는 내내 흥미로웠고, 다 읽은 후에도 묘한느낌이 남아있게 만드는 책이다.
막내딸은 평생 미혼으로 죽을때까지 어머니를 돌봐야한다는 마마엘레나의 강요속에 사랑하는 페트로를 언니 로사우라에게 뺏기(?)고도 그들의 결혼식 음식을 만들어야 했던 티타.
막내딸인 티타는 부엌에서 자랐고,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페트로 역시 티타를 사랑했지만, 티타의 남편이 되지 못한다면, 티타의 주변에라도 머물기위해 그녀의 언니 로사우라와의 결혼을 택했다.
그들의 결혼식에 나온 티타의 요리 차벨라 웨딩케이크는 그래서인지, 그 케익을 먹은 모든이에게 그리움을 연상케했고, 많은 이들이 케익을 먹고난 후에 슬퍼진다.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던 마마엘레나 조차.
그렇게 숨죽인 그들의 사랑은 22년을 흘러, 결국 그들이 원하던 결말에 다다르지만, 그동안 너무 숨죽였던 탓일까. 그들의 사랑이 한꺼번에 불타오른 그날의 불꽃은 다른이들에 어떻게 보였을까.
티타의 사랑과 함께 이 책에서 그려진 티타는 비록 마마엘레나에게 묶여 결혼조차 할 수 없는 인물이지만, 자신만의 부엌을 자신만의 세계로 만들어가면서도, 그 안에서 자신은 묶였어야만 했던 틀을 자신의 다음 대로는 넘기지 않겠다는 당찬 의지를 가진 여성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녀의 음식은 그토록 많은 이들이 찾게 만드는 음식이였는지도. 그녀의 요리는 그녀 자신 뿐아니라, 그녀 주변의 모든 사람을 포용하는 요리로 보여지기도 했다.
티타의 요리는 티타의 감정이 담긴 요리들이다. 어떤 음식은 그리움이, 어떤 음식엔 즐거움이, 어떤 음식엔 씁쓸함이.. 생각해보면 우리의 음식도 그렇다. 다만 만드는 이의 감정보다는 먹는 이의 감정으로 기억된다. 어떤 음식은 즐거움이 떠오르지만, 어떤 음식은 슬픔이 떠오른다. 그 음식과 함께했던 우리의 기억들로 인해. 어떤 음식은 떠나간 이의 그리움이기도 하고, 누군가와 함께했던 사랑스러움 음식이기도 하고,
이 책이 흥미로웠던 점은 먹는 사람의 관점이 아니라 만든 사람의 감정이 음식에 스며들어, 먹는 이들에게 그 감정이 이입됬다는 설정이였다. 누군가의 음식을 먹으며 느끼게되는 감정이라. 그렇다면 나는 어떤 감정을 먹고(?) 싶을까.
추천. 음식이 묘한 느낌으로 다가온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