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뇌야! 아니… 몸 전체인가?

연령 13세 이상 | 출간일 2023년 1월 20일

맥도날드는 고소당한다. 패스트 푸드를 팔았다는 이유로.

 

책은 재즐린 브래들리라는 인물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인물은 어릴 적부터 패스트푸드를 즐겨먹었고, 해피밀 세트를 먹었으며 장난감을 끼워파는 상술에도 종종 넘어갔다. 그렇게 패스트 푸드는 그의 삶이 되었고 그는 지금 비만이 되어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변호사 허슈는 이런 인물들을 모아 맥도날드를 고소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패스트 푸드를 먹은 것은 자신의 선택이다. 자유엔 책임이 따른다고, 먹어서 병에 걸린 것이 맥도날드의 탓일까? 여기서 허슈는 담배업계를 굴복시켰던 ‘중독’의 논리를 들고 온다. 만약, 패스트푸드가 사람을 중독시키는 요소 혹은 그런 경향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선택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가 생긴다. 이 문제의 핵심은 ‘중독성’에 있다. 식품업계는 사람들을 자신의 제품에 중독시키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했을까.

중독의 정의는 조금 어려운 문제다.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담배와 식품업계에 대한 고발이 이어지고 중독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면서 의학, 보건 연구 단체 모두 중독의 정의를 포괄적으로 정하게 됐다. 기존의 정의는 계속해서 섭취해야 하고 금단증상을 불러일으키는 “향정신성 화학물질에 대책 없이 빠진 상태”를 의미했다면 삶이 망가져야 하는 모습보단 일부 사용자가 심각하게 빠진다는 정도로 충분해졌다. 그렇게 사람들은 중독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먼저 우리 몸이 어떤 방식으로 음식을 받아들이는지 설명한다. 과학자들의 연구를 제시하면서 우리 몸의 신기한 능력들을 보여준다. 인간은 좋아하는 음식을 이야기만 해도 뇌에서 코카인을 투여한 비슷한 반응이 일어난다. “물질이 혈류에, 그런 다음 뇌에 스며드는 속도가 빠를수록 유혹의 세기도 커졌다… (생략) 이런 사실은 음식 중독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뇌를 빠르게 자극해야 한다.

음식을 먹고 싶게 하는 것은 도파민이다. 기대보다 즐거움이 커야 도파민이 극대화 된다. 그렇기에 식품업계는 한정 판매와 같은 전략을 사용한다. “인식은 추동하는 뇌와 억제하는 뇌 사이에서 벌어지는 끊임없는 주도권 다툼의 전리품이다.” 그러니까 우리의 제동장치가 이길 것이냐, 욕망이 이길 것이냐 하는 싸움이다. 초가공식품의 소비가 증가하면서 1970년대 후반에 미국의 비만 인구는 급증했다. 이에 맞서 각종 다이어트 식품과 위 절제술까지 이루어졌는데, 위를 제거하는 것만으로 식욕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었다. 결국에 “식욕은 위가 아니라 뇌에 있”기 때문이다.

중독은 속도와 매우 관련이 깊다. “어떤 물질이 뇌를 흥분시켜 행동을 유발하고 결국 그 행동을 상습적으로 하게 만드는 능력은 대게 그 물질이 뇌에 얼마나 빨리 도달하느냐와 관련이 있다.” 더 빨리 도달할수록 영향력도 강해진다. 중독되는 물질 중 뇌를 자극하는 것은 음식이 가장 빠르다. 담배연기는 뇌를 자극하는 데 10초가 걸리지만 혀에 녹아든 설탕은 0.6초면 뇌를 활성화한다. 소금, 설탕, 지방은 담배연기와 다른 통로인 미뢰를 통해 뇌에 자극을 전달한다. 무섭다. “음식이 혈류에 빨리 도달할수록 최종 혈당은 더 갑작스럽게 떨어지고 그 결과 뇌가 도파민을 더 많이 분비해 음식을 더 많이 찾도록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빠른 속도를 갈망하는 만큼이나 속도가 빠르지 않은 것을 싫어한다. 그리고 짜증이 나서든 기분이 우울해져서든 충동과 억제 사이에서 균형을 잃은 뇌는 잘못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기억하는 인간이다. “우리는 먹는 것을 기억하고 기억하는 것을 먹는다.” 우리가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는 데 발휘되는 기억의 힘은 강력하다. 그렇기에 어린아이가 많은 식품회사의 타겟이 된다. 어릴 때 오래오를 먹은 아이는 커서도 오래오를 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뿐일까? 경험과 기억은 뒤얽힌다. “기억은 뇌 속에서 완전히 굳은 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변형이 가능하다” 광고로 인해서 기억이 변형된다. 나는 과거에 그것을 좋아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계속해서 먹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은 그것만 먹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몸이 먼저 반응한다.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먹는 게 아니라 자신이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우리가 오늘날처럼 음식을 먹는 것은 인간의 코, 소화관, 체지방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뇌와 완전한 공조를 이루어 식습관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신체 구조상 음식과 냄새에 민감하다. 원시 화석 “아르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기서 우리 몸이 왜 음식의 유혹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지, 신체의 진화 과정을 통해 살펴본다. 직립보행하며 코의 구조는 단순해졌고, 콧구멍과 입 뒤의 공간이 짧아졌다. 머리 구조는 입안으로 들어온 공기가 비강으로 올라가기 쉬워졌다. 음식을 평가하고 음미하는 방법이 질적으로 상승한 것이다. 또 1000만 개의 후각 수용체가 있는 코는 다양한 작은 냄새 분자를 감지한다. “인간은 음식을 그저 냄새 맡고 맛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풍미라는 환상적인 감각까지 얻게 되었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다양한 풍미를 감지하고 음미하는 능력이 다양한 음식을 먹게 해서 생존에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이런 신체 구조는 다양한 풍미에 끌리게 된다.

“아르디를 오늘날 마트에 데려다 놓는다면 자신이 다양성에 끌리는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을 악용하도록 설계된 곳에 와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생략) 결국 포만감을 느끼고 먹기를 멈추지만 새로운 향의 음료가 주어지면 바로 다시 마시기 시작하는 쥐처럼 말이다. 새로움은 어떤 저항도 압도해 버린다.”

하지만 다양성만으로 살 수 없었는데, 다른 유인원들과 구별되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이것이 바로 위가 후각과 함께 우리가 무엇을 얼마나 먹는지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계기다.” 원시 인류가 먹는 시간을 줄이고 섬유질을 덜먹기 시작하며 두뇌가 커지고 위가 작아졌다. 위는 늘어나면 자기보존을 위해 뇌에 신호를 전달해 뇌가 포만감을 만든다. 위가 뇌와 공조하여 음식 섭취량을 조절하는 방법이다. 뇌는 식욕을 자극하기도 하고 포만감을 느끼게도 한다.

위는 열량에 관심이 많다. “음식 문제에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목적은 언제나 최소한의 품을 들여 더 많은 열량을 얻는 것이다” 위가 열량을 감지하고 뇌에 유익하다 알리면 뇌는 쾌감과 만족감을 전달하며 해당 음식을 더 먹게 한다. 인간은 뇌가 커지고 에너지가 더욱 필요했지만 항상 음식을 찾고 다닐 수 없어 ‘체지방’이라는 도구를 만들었다. 지방세포는 그냥 단순한 세포가 아니다 “지방은 심장이나 신장처럼 완전한 기능을 갖춘 기관이다.” 만약 살을 빼면 지방이 다른 기관에게 활동을 둔화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살을 빼면 지방세포가 뇌에 배고프다고 전달하는 것이다. 지방세포는 근처 혈관에 화학신호를 보내 지방 쪽에 더 많은 혈관이 자라게 한다. 더 많은 지방세포를 만드는 것이다. 체지방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쪼그라들다가 인간이 더 많이 먹게 하고, 그럴 때까지 기다린다.

자 그렇다면, 우리 몸의 시스템이 이렇다면 “우린 음식 중독 문제를 다른 시각에서 봐야 한다.” 처음에 변호사 허슈가 지적했듯 우리 몸은 현대 음식산업에 굉장히 취약한, ‘중독성’에 굉장히 쉽게 휘둘리는 구조다. 저자는 계속해서 그것을 입증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지난 40년간 음식과 식습관에 나타난 변화를 진화의 측면에서 따라잡을 수 있는 시간이 전혀 없었다. 그 결과 오늘날의 음식과 근본적으로 부조화를 이루게 되었다. 스몰은 이렇게 설명한다. “문제는 음식에 중독성이 있다기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먹는 것에 끌리는데 기업들이 음식을 바꿔놓았다는 데 있습니다.””

가공식품 회사들은 낮은 가격, 편의성, 다양성을 활용했다. 위에서 언급한 인간의 특성들을 이용해 약점으로 만들었다. 식품 업계는 풍미 공장을 따로 만들어 제품에 쓰이는 화학물질을 셀 수 없이 많은 종류로 실험하고 배합한다. 재료를 추가하지 않고 향을 추가하며, 마트는 자체 상품을 만들어 저렴하게 만들었다. 마트 진열대에는 간편식이 많아졌고 아침식사는 시리얼이 되었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보다 같은 제품에 향을 다양화한 것을 출시한다. 영양성분 표시에 대한 문제 제기도 오히려 그들에겐 문제가 아니었다. 표기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많았고 사람들은 성분을 이해하지 못했으며 1회 제공량으로 눈속임까지 가능했다. 또 그들은 영양성분표기를 윤리적 마케팅으로 사용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도 모르는 새 가공식품 업계에 협력해온 셈인데, 그들의 마케팅에 속아 넘어갔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모든 생물학적 특성을 기업들이 악용하도록 허용했을 뿐 아니라 일터와 가정에서 일어난 급격한 변화를 기업들의 손에 놀아나게 했다. 우리가 음식을 먹는 방식을 바꾸자, 기업들은 식품을 바꾸어 그것을 최대한으로 이용했다.”

그렇다고 미국정부나 시민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앞서 말한 허슈의 소송과 같이 각종 회사들은 고소당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맞대응을 했다. 먼저 ‘중독’은 입증하기 힘든 문제였다. 그렇기에 법정에서도 정확한 판결이 나오기 어려웠다. 또 매출이 줄어들 염려로 미국 전국 식당협회는 로비를 통해 이 중독 이론에 대한 제기 자체를 금지하는 상식소비법의 법안을 추진했다. 이 법안은 통과되어 여러 주로 퍼져 재즐린과 같은 사례의 소송은 보기 힘들어졌다. 시민들의 건강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가면서 기업들은 그에 맞춰 건강한 제품을 개발하기로 했지만 당을 줄이는 새로운 제품 출시가 더욱 중독성을 이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자 이 연구를 중단시켰다. 식품업계는 사회적으로도 과학적으로 통제를 시도한다.

사회적으로 음식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과식은 비만을 부른다. 그렇기에 소비자들은’나쁜’음식을 가려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기업들이 또 가만히 있을까. 케첩으로 유명한 회사 ‘하인즈’는 다이어트 조언 및 지원프로그램 판매회사 ‘웨이트 와처스’를 인수해 살찌는 식품도, 체중을 감량하는 식품도 생산하게 됐다. 다이어트 프로그램의 효과는 적었지만 다른 식품회사들도 이 전략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다음 절차는 자신들의 제품을 다이어트 식품으로 개편하는 것이었다. 정치적 입김에 따라 건강을 위한 재단을 창립해 칼로리를 축소할 것이라 약속하지만 이후에 입증되지만 그 결과로 제시한 수치에는 허점이 존재했다.

기업들은 이제 유전자 연구까지 나아갔다. 양심적인 연구가들은 기업에서 연구를 하다 뛰쳐나와 이와 반대되는 정치적 활동을 했지만 기업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인간의 특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백질 열풍이 일자 트렌드에 맞춰 단백질 식품들을 쏟아내며 “제품 겉면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어떤 문구가 쓰여 있으면 소비자들은 라벨의 영양 성분 정보를 잘 보지 않는 경향”을 이용했다. 기업은 트렌트를 만들고, ‘건강하다’라는 의미까지 만들 셈이었다. 마른 사람의 DNA를 분석해 섭식장애를 극복하고자 하는 연구까지 나아갔는데, 결국 돌고 돌아 가장 큰 문제는 “갑작스럽게 공급이 많아진, 싸고 편리하고 맛있는 음식”이었다.

요즘엔 ‘펩시 제로’와 같은, ‘설탕’ 혹은 ‘액상과당’이 없거나 적은 함량인 제품을 선호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었다. 이 책에서도 설탕 대체 인공감미료를 언급하는데, 과학자들의 연구에서는 인공감미료는 진짜 설탕만큼 인간을 자극하지 못하고 설탕이 아님을 감지하고 불만을 느낀다고 말한다. “진화적으로 단맛은 절대 끊을 수 없는 습관”이다. 중요한 점은 “우리가 미각과 뇌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게 많다.”라는 것이다. 인공감미료조차 연구 중인 대상이다. 초파리에 대한 인공감미료 실험에서 실제 당이 아닌 인공감미료를 주입하자, 초파리는 계속해서 허기짐을 느꼈다. 실제 자신이 먹은 것과 뇌에서 받아들인 게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뇌가 미뢰로부터 많은 양의 설탕을 섭취하고 있다는 신호를 받았는데 설탕이 위에 도달하지 않으면, 적어도 미뢰가 감지한 것과 실제 섭취량이 다르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이 말은 식품이 급격히 바뀐 것만큼 우리 몸의 진화가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이런 첨가물, 단맛 강화제들이 신진대사를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첨가물들엔 수조원 가치의 회사들의 연구가 들어가 있을 것이고, 그들의 연구에 따라 식품산업과 인간의 식습관이 바뀐다.

사실 ‘음식중독’의 주제는 우리가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는 문제다.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음식들은 대체로 자극적이고 계속해서 신제품, 시즌 제품을 만들어 우리를 유혹한다. 우리는 어떤 음식을 소비하느냐에 맞춰 삶이 변화하기도 한다.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계속해서 스타벅스에 들린다. 이 책의 원제<Hooked>는 우리가 ‘걸려들었다’라는 의미로 더 직관적으로 다가오게 한다. 이 책에서 경고하는 것은 ‘중독’에 초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용은 엄청나게 새로운 주장보다는, 기업들이 우리 몸의 시스템을 더더욱 잘 파악하게 되었고 어떻게 이를 이용해 중독(식품업계는 이 단어를 싫어하겠지만)에 빠지기 쉽게 만들었는가에 대한 입증을 주로 하고 있다. 이런 작업을 통해 저자는 “이제는 적어도 기업들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알고 있으므로 일방적으로 불리했던 싸움을 어느 정도 바로잡을 수 있다. 가공식품 업계가 모종의 계획을 꾸밀 때 우리도 그에 맞대응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바로잡는 것이다. 우리는 한 소비자로서 가공식품 업계에 비해 아직도 정보력이 부족하다. 기업이 해결했다고 내놓는 새로운 것들 또한 우리는 의심해 봐야 한다. 피곤한 일이긴 하다만, 그런 변화를 이끄는 것이 사회학 책의 임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