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난 여기서 어디로 가야 해? 여기서 내서 도망칠 수 있는 곳은 아무 데도 없는 거야. 이런 일을 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또 겪어야 해?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싶었어. 나는 울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어.
아빠, 미안해요. 그냥 18평에서 사시면 안돼요? 난 여기서 도저히 더는 못 살겠어요.
내가 여기서는 못 살겠다고 생각하는 건 ….난 정말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야. 무슨 멸종돼야 할 동물 같아. 추위도 너무 잘 타고, 뭘 치열하게 목숨 걸고 하지고 못하고, 물려받은 것도 개뿔 없고, 그런 주제에 까다롭기는 또 더럽게 까다로워요. 직장은 통근 거리가 중요하다느니, 사는 곳 주변에 문화 시설이 많으면 좋겠다느니, 막 그런 걸 따져.
아프리카 초원 다큐멘터리에 만날 나와서 사자한테 잡아 먹히는 동물 있잖아. 톰슨 가젤. 걔네들 보면 사자가 올 때 꼭 이상한 데서 뛰다가 잡히는 애 하나씩 있다? 내가 걔 같애. 남들 하는 대로 하지 않고 여기는 그늘이 졌네. 저기는 풀이 질기네 어쩌네 하면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있다가 표적이 되는 거지.
2016년에 읽고 아래와 같이 썼다.
장강명 작가님 책은 처음 읽어봤다. 한동안 안 맞는 책도 받아들이겠다고 꾸역꾸역 읽느라 힘까지 들던 나에게 단비같은 책이었다. 그냥 너무 유쾌하고 웃기고 재밌고 공감되고 그런 책이었다. 그래도 난 시험점수에 전전긍긍하고 돈에 초조해하며 살겠지만.
>시험점수에 덜 연연하고 돈에 덜 초조해진 삶을 살고 있으니 신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