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아주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마음의 한 부분이 잠시 경련을 일으키듯 움직였다. 은영도 언젠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이렇게 위험하고 고된데 금전적 보상이 없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이다. (중략) 은영은 다른 종류의 보상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가, 어느새부터인가는 보상을 바라는 마음도 버렸다.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해서 자신의 친절함을 버리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은영의 일은 은영이 세상에게 보이는 친절에 가까웠다. 친절이 저평가된 덕목이라고 여긴다는 점에서 은영과 인표는 통하는 구석이 있었다.
내가 너를 싫어하는 것은 네가 계속 나쁜 선택을 하기 때문이지 네가 속한 그 어떤 집단 때문도 아니야. 이 경멸은 아주 개별적인 경멸이야. 바깥으로 번지지 않고 콕 집어 너를 타깃으로 하는 그런 넌더리야. 수백만 해외 동포는 다정하게 생각하지만 너는 딱 싫어. 그 어떤 오해도 다른 맥락도 끼어들 필요 없이 누군가를 해치는 너의 행동 때문에 네가 싫어. 은영이 바늘 끝처럼 마음을 뾰족하게 만들었다. 미워하는 마음에는 늘 죄책감과 자기 검열이 따르지만 메켄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다. 메켄지를 미워하는 데에는 명쾌하고 시원한 부분까지 있었다.
친절함을 기억하게 해주는 정세랑 작가님의 글. 친절한 사람을 만나고 싶으면 언제든 찾아갈 수 있다. 나도 은영이의 젤리젤리, 주술들을 느끼고 싶다. 인표 쌤의 터치도!! 나오는 인물 인물마다, 다 애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