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것 보다 추위를 너무 많이 타는 체질을 이유로 꼽은 것이 기억에 남는다. 몸에 열기라고는 하나도 없이 그저 덜덜덜 떨리기만 하는 추위가 뭔지 나도 알고 있으니까. 그런 자신이 살아남기에 한국은 너무나 추웠다는 그 말이. 누군가에게는 겨우 그까짓 걸 핑계라고 대다니. 옷이나 더 껴입어! 라고 생각하며 비웃을 하찮은 이유일 수 있겠지만 주인공에게는 살아남기에 너무나 끔찍한 하나의 시련이었을 것이다. 결국 그런 것들이 쌓이다보면 스스로가 살고 있는 곳을 떠나고 싶어지는 것이 아닐까. 아니, 그저 누군가에게 한국은 더이상 옷을 더 껴입고서 추위를 버텨내고 싶지 않은 곳인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