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수량과 질에 매겨지는 가치는
그 사회가 공정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말해 주는
가장 투명한 거울이다.”(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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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에 값을 매긴다는 것은 매우 천박하고 비도덕적인 행위로 여겨진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생명에 가격을 매겨야 하는 순간과 마주한다. 너무도 끔찍한 재난이나 사고 앞에서 누군가의 생명이 떠나갔을 때, 우리는 ‘보험’ 혹은 ‘보상’의 형태로 죽은 이의 생명에 값을 매긴다. 그리고 너무나 잔혹하게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매겨지는 그 값은 사람마다 엄청난 차이를 가진다.
저자인 프리드먼은 9.11테러 당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금 산정 과정에 참여한 바 있다. 그는 21세기의 가장 큰 비극의 한 가운데에서, 그 상처에 대한 경제적인 문제를 논의했고 ‘생명 가격표’에 대한 다각도의 고찰을 담아냈다.
생명가격표를 산정하는 것에는 수많은 질문이 따른다. ‘정말로 모든 사람의 죽음에는 같은 금액의 보상이 필요할까?’ ‘선한 사람보다 악한 사람에게 더 높은 가격이 책정되어야 할까?’ ‘더 많은 소득세를 낸 사람이 국가에 기여한 바가 더 큰가?” 단순히 ‘모든 생명은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는 말로 해결할 수 없는 너무도 복잡한 문제들은 우리의 머리를 어지럽게 만든다. 그러나, 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고 해결되어야 하는 질문들이고, 작가는 9.11테러를 시작으로 성감별낙태문제와 기업의 유해환경 보상 문제 등을 엮어내며 우리가 생명가격표와 얼마나 밀접한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지를 깨닫게 만든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건강’과 ‘안전’ 그리고 ‘생명’의 문제가 우리 사회의 전면적 이슈로 논의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 몇년간 일터에서 사망하는 사건과 이를 둘러싼 ‘중대재해처벌법’이 뜨거운 감자가 되기도 했다.
누군가는 이러한 문제를 둘러싼 논쟁에 대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갈등’이라며 피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무리 그 문제가 어렵고 불편해도, 반드시 논의해야만 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사회가 책정한 사람의 생명 가격표는 단순히 한 사람의 보상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인간에게 어떠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법정이 제시하는 생명 가격표가 충분히 높지 않으면 안전 대책에 대한 기업과 정부의 투자를 제대로 유인하지 못한다”(p7)는 작가의 말마따나, 우리는 인간의 생명이 얼마나 귀중하고 가치있는지, 나아가 그것이 얼마만큼의 가격으로 표현되어야 하는지 계속해서 논의하며 가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생각과 고민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