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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결말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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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연애: 숨겨지는 자는 유령이 된다]
이 작품에는 비밀연애를 하는 두 커플이 등장한다. 양병진과 김미승, 그리고 강은성과 김영우다. 김미승과 강은성 모자는 사랑을 숨기고자 했으며, 양병진과 김영우는 지쳐버렸다. 그리고 사랑이 더 오래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에 시작했던 비밀연애는 결국 사랑이 끝을 맺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강은성은 자신이 다시 쓴 <작별의 계절>에서 영우를 유령이 되어 돌아다니는 주인공으로 묘사한다. 자신이 영화 개봉을 엎고 무산시킨 순간 영우를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 듯 보인다. ‘당신과 같은 성적 지향성을 가진 나 자신이 부끄럽다’는 마음이 기저에 깔린 행동이 그를 죽였다고 말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와 자신의 구원을 위해 커밍아웃을 결심한다. 하지만 영우가 유령이 된 이유가 과연 은성 때문일까? 그들의 사랑을 감추라고 강요한 세상 탓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커밍아웃 혹은 아우팅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은성의 상황과 달리 이성애자 김미승의 비밀연애 부탁은 더 이기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연애라는 개인사가 공개되었을 때 남성에 비해 여성이 겪는 피해 혹은 무례한 상황들이 훨씬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나, 그것이 소문에 민감한 연예계이고 그가 평판으로 일을 해야 하는 프리랜서라면 더욱 그러하다.
‘사랑과 재채기는 숨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숨겨야만 하는 사랑이 있다. 세상으로부터의 편견이라는 폭력을 마주해야만 하는 사랑 속에서 많은 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며 살아간다. 사랑을 감추라 강요하고 누군가를 유령으로 만드는 세상의 폭력은 소수자를 죽이는 너무도 잔인한 방식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