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절반 정도를 읽었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철저히 관객으로 존재했다. 한 발자국 떨어져 보는 인물들의 삶은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들이 겪는 고통은 전부 그들이 자초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극의 후반부로 다다르자 나는 더 이상 멀찍이 떨어진 관객으로 남을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어느새 인물들의 옆에 바싹 붙어 묘한 공감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건 작가인 아서 밀러의 능력일 것이며, 동시에 다른 시대를 다른 국가에서 살고 있는 나도 공감할 수 있었던 부분이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 밀려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딘가 익숙한 면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