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기준으로 삼은 채 자신과 다른 것들에 대한 반감을 보이곤 한다.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며 나 또한 대부분에 속할 것이다. 다만, 다른 대상에 대한 존중이 극히 결여된 채 표현하는 반감은 사회를 다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인종차별이 특히 큰 문제를 일으킨 건, 인종은 숨길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한 사람을 보는 순간에 알아챌 수 있으니까. 그런데 인종의 경계선에 놓여 있어 ‘패싱’을 할 수 있는 이들도 존재한다는 것을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전제부터 거짓으로 자리 잡은 클레어의 삶은 독자인 나까지도 불안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경계심이 들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그런 클레어가 낯설지도, 이상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경계에 서 본 경험은 누구나 있으니까. 어느 한 쪽을 고르지 못한 채 이리저리 휩쓸리는 것보다는 오히려 그 사이를 주체적으로 넘나드는 클레어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