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가 얇기도 하지만 이렇게나 금방 읽어버리다니.
가독성도 좋고, 내용이 아주 흥미진진하다.
화자는 20여년 전의 이야기속으로 우리를 끌고 들어갔다.
가난한 농부인 “이선”은 아픈 아내를 돌보며 살아가고 있는데
어느 날 아내의 친척인 “매티”가 집안 일을 도와주러 그 집에 오게된다.
“이선”은 살림솜씨는 부족하지만 감수성이 풍부한 “매티”로 인해 삶의 활력을 찾는다.
엔지니어가 꿈이였던 “이선”은 아픈 부모를 돌보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시골 농가로 왔던 것이고,
그와중에 부인 “지나”와 사랑없는 결혼을 했다.
그렇게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갇혀 사는 삶처럼 생각되는 인생을 살다가
정신적으로 교감되고, 말이 통하는 “매티”를 만났으니
자신의 잠재되어있던 꿈도 생각났을 것이고, 욕망도 느꼈을 것이다.
장소가 거의 집을 벗어나지 않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아마 한 집에 그 3명이 존재하면서 벌어지는 그들의 심리묘사나 분위기가 몰입하게 만들고,
그들의 관계를 내가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푹 빠져 읽었다.
부인이 병원차 집을 비우게 되고, 1박을 단 둘이 집에서 보내게 된 “이선” 과 “지나”.
과연 그 날 밤 무슨 일이 벌어질지, 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언어 하나하나에
묘한 분위기와 긴장감이 돌았다.
의사를 만나고 돌아온 “지나”는 무슨 예감이 들었던 것일까?
“매티”가 집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집안일을 해 줄 다른 사람을 구한다.
이때부터 “이선”, “지나”의 속으로 숨겨왔던 감정들은 겉으로 폭발하기 시작했고,
“매티”는 그 집을 떠나게 되었다.
정말 “매티”를 사랑했다면 “이선”은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녀와 함께 떠나기 위해 돈을 빌리러 가다가도 다시 돌아선 “이선”.
역시 이상을 따를 수 없는 현실이었던건가?
아니면 잠재되어있던 자신의 꿈과 욕망이 드러나서 사랑으로 착각하는 것일까.
“매티”가 떠나는 날, 그를 데려다주겠다며 함께 나서는 “이선”.
부인이 가지말라고 하는데도 끝까지 우기며 “매티”를 따라나섰던 “이선”.
가는 길에 그들은 함께 썰매를 타자는 약속을 생각해내며 썰매를 즐기고,
점점 끌어나오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게 된다.
그들의 마지막 선택으로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 줄 알았는데
에필로그에 나타나는 반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지옥같은 시간을 보냈을 “이선”, “지나”, “매티”.
과연 함께 있고 싶어했던 “이선”은 그들의 상황을 만족해 했을까?
“지나”는 어떤 마음이였을까?
사회적 도덕과 개인의 욕망에 대해서 생각거리를 던져주기도 하고,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니 더욱 생동감있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