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회사원인 가와이 조지. 맞선을 통한 결혼은 싫었던 그는 어느 날 찻집에서 일하는 나오미를 보고 그녀를 키워서 자신의 아내로 맞을 생각을 한다. 몇 번의 만남 속에 그녀와 친해진 그는 그녀를 설득해 동거하는데 성공하게 된다. 이상적인 결혼 생활이 될 거라 생각했지만 그녀의 사치와 이성관계로 인해 그들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출판사 소개글처럼 ‘읽는 재미’만은 있었다. 다니자키 선집들 중에서 두꺼운 편에 속했던 책임에도 술술 읽혀서 읽는 것만큼은 재미있었다. 다만 이전 단편들에 비해 성적인 묘사가 늘고 자극적이어서 읽는 내내 불편함과 불쾌함은 있었다. 앞의 단편들은 작가의 성향을 헤아려서 고혹적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수준이었는데, 치인의 사랑에 와서는 성도착증 환자가 아닐까 싶을 정도의 집요한 묘사와 가치관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 책이 나왔을 때 ‘나오미즘’이라고 불릴 정도로 나오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대단했다고 하던데 나로서는 아직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한 두 사람도 아니고 엮이는 남자마다 다 목을 맬 정도로 그렇게 매력적인 여성이었던 건가…?
치인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바보라고 한다. 결국 바보의 사랑이라는 뜻이 되는데… 이렇게 보니 제목이 내용에 비해 너무 순한맛이라 타 출판사에서 미친 사랑이라고 번역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주인공부터 시작해서 일본인 서양인 가리지 않고 나오미에 미쳐서 놀아나기 바빴으니…
결국 나오미의 본 모습을 알고도 끝까지 그녀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가와이만이 치인으로 남아버린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