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지심이 내 얼굴에 그늘로 드리워, 어느 날부터인가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그 즈음에 나는 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한 편으로 아버지가 두렵워 눈치를 보고는 했다.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나의 불안을 알면서도, 안절부절못하는 어머니를 원망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왜 아버지는 화를 내시고, 어머니는 나에게 원망을 털어 놀까.
밤에 혼자 누워있으면 화가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속상한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때 그랬던 날들이 우리 모두의 최선이었다는 것을 나는 안다.
딱히 누가 미워서도, 화가 장대비처럼 막을 수 없이 쏟아져서도 아니다.
그냥 그런 날들에는 그게 모두의 최선이었고, 불합리함 속 합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가끔은 어머니를 원망한다.
그래도 그 마음에 이전 같은 죄책감은 더 이상 없다.
그냥 그대로 자연스럽다.
아마도 우리가 가족이기 때문에, 서로 사랑하는 마음의 이면에는 그에 비례하는 아픔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