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 햄릿을 읽은적이 있는데, 그 때는 이리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없는데, 지금 읽는 햄릿은 무엇보다 재밌었다! 극본이라는 특성상 잘 안읽힐줄 알았는데, 이리 술술 읽힐줄이야. 결말이 궁금해(분명히 읽었는데, 결말도 기억이 안났다..는..)서 앉은자리에서 한숨에 읽어나간 고전!
셰익스피어의 4대비극 답게, 비극 아니 파국으로 끝나는 극본.
요즘으로 치자면 막장이랄까.(뭐 느낌이 그렇다는)
햄릿의 처지가 그리고 햄릿을 둘러싼 이들의 이해관계가 무엇인지는 알지만, 한 가정을 누구도 행복하지 않는 결말이 될줄이야. 햄릿 스스로도 파국을 바라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러기에 수많은 고뇌가 있었을 것임에도 그 고뇌의 결말엔 누구도 행복치 않았다. 세익스피어가 햄릿을 쓰기전에 자신의 하나뿐인 아들 햄닛을 잃었다고 하는데, 그 때문인지 그 누구의 행복도 바라지 않는다라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질정도 비극이였다.
아버지를 잃고 삼촌과 어머니의 결혼(그 당시에는 이런 일이 흔했다고 한다)으로 어머니에 대한 분노로 시작된 햄릿의 고뇌에 아버지의 망령이 나타남으로써 실체화 된다. 분명 극 초반에는 어머니에 대한 분노가 있지만, 그 안에는 어머니에 대한 예의도 보였는데, 어느덧 어머니에게 비수를 꽂는 아들이 되어가고, 사랑하는 여인에게 돌이킬수 없는 폭언을 퍼붓는 이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는 처음에는 햄릿의 감정과 그가 가지는 분노를 이해하면서도 마지막으로 갈 수록 제어 되지 않는 인간의 분노가 점점 무서워졌달까.
극의 내용상 누구하나 죽어야 끝나는 싸움으로 가고 있긴 했지만, 인간의 분노가 멈출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릴때 우리는 어떻게 멈춰야 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도덕적인 인물로 시작한 햄릿이였음에 결국은 패륜아가 되어버린 결말이 되었으니 말이다.
이런 극중 인물들에 대해 개인적으로 아쉬었던 인물이 있었다. 각 인물은 욕망과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능동적인 인물이였지만, 어쩔수 없는 시대상이 였겠지만 오필리아와 거트루트라는 인물. 특히 거트루트라는 등장인물이 가지는 위치가 너무나 수동적이라는 점이 아쉬웠다. 분명 비극의 시발점이 되는 인물이기도 했고, 햄릿의 분노의 원인이였음에도 아들과 남편 사이에서 그녀가 취하는 태도가 좀 미적지근 했달까. 아들의 분노에 적극적이지도, 뻔히 보이는 남편의 술책에 아들에 대한 적극적인 방어도. 그저 양쪽의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평면적 인물이였다는 점이 말이다.
책의 마지막에 햄릿이라는 작품에 대한 여러 시선중 페미니스트적 접근이라는 부분에서 역시 이 작품은 남성 중심적 편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굳이 페미니스트적 접근이라는 점을 제외하더라도 그냥 극의 흐름상 중요인물임에도 너무 평면적이여서 아쉬웠다는것은 개인의견.
햄릿의 독백같은 부분은 굉장히~ 옛스럽고, 메타포적이라 지금 극에 올린다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나도모르게 햄릿의 독백을 따라 읽기도 했지만, 책의 극본 그대로 올린다면……
번역자는 세익스피어의 과감한 비유법에 원문에 충실하면서 가독성을 올리고자 노력했다했는데, 책은 읽는 내내 재밌었지만, 극으로 올려지는 햄릿은 어떨지. 궁금해지게 만든다!
연극으로 올려진다면 가볼 의향 100%
강력추천!
“말로 비수를 꽂아도 비수를 사용치는 않으리라.
내 혀와 내 영혼이 이일에선 위선자여야 한다.
말로는 아무리 매몰차게 몰아붙일지라도
그걸 실행토록 영혼이 승인하는 일이 없기를. ” p. 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