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두껍고 내용이 조금 어려워서 끝까지 읽지는 못했지만, 군데군데 공감가는 말들이 단편적으로 들어있었다. 그러한 부분들에서 통찰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현기증에 관한 내용도 인상깊었다.
12쪽. 영원한 회귀가 가장 무거운 짐이라면, 이를 배경으로 거느린 우리 삶은 찬란한 가벼움 속에서 그 자태를 드러낸다. 그러나 묵직함은 진정 끔찍하고, 가벼움은 아름다울까? 가장 무거운 짐이 우리를 짓누르고 허리를 휘게 만들어 땅바닥에 깔아 눕힌다. 그런데 유사 이래 모든 연애시에서 여자는 남자 육체의 하중을 갈망했다. 따라서 무거운 짐은 동시에 가장 격렬한 생명의 완성에 대한 이미지가 되기도 한다. 짐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우리 삶이 지상에 가까우면 가가울수록, 우리 삶은 보다 생생하고 진실해진다.
60쪽. 파리메니데스와는 달리 베토벤은 무거움을 뭔가 긍정적인 것이라고 간주했던 것 같다. 진중하게 내린 결정은 운명의 목소리와 결부되었다. 무거움, 필연성 그리고 가치는 내면적으로 연결된 세 개념이다. 필연적인 것만이 진중한 것이고, 묵직한 것만이 가치 있는 것이다.
69쪽. 그러나 그토록 자기 육체를 등한시하다간 쉽게 육체의 희생자가 되는 법이다.
이것은 아주 간단하게 생각하면 건강을 잘 챙겨야 한다는 말과도 같다. 배고프면 밥을 잘 챙겨먹자.
396쪽. 위대한 신학자는 성교나 성교와 연관된 가능성이 천국과 양립할 수 없다고 판단하진 않았다. 천국과 양립할 수 없는 것은 흥분이다. 이 점을 분명히 해두자. 천국에 관능성은 존재하지만, 흥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을 천국에서 추방하면서 신은 인간에게 그의 추한 본모습과 혐오감을 보여 주었다. 인간은 자기에게 수치심을 일으키는 것을 감추기 시작했고 자신의 베일을 벗자마자 그 찬란한 광명에 눈이 멀었던 것이다. 따라서 추한 것을 발견하자마자 인간은 흥분도 발견한 것이다. 똥(말 그대로의 의미나 추상적 의미에서)이 없다면 성적 사랑은 심장의 격렬한 박동과 감각의 맹목성이 동반되는 것과 같은, 우리가 아는 사랑과는 다른 모습이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