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온다고 한다.’ 그것이 오는지 오지 않는지는 책을 읽은 사람만이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책을 읽는 사람도 책에 있는 사람도 알지 못한다. 재난은 사랑을 피워내기에 적합한 조건이다. 모든 게 무너져 내리고, 있던 것이 사라지고, 없던 것에 대한 상실감이 절절해질 때 유일하게 쌓아올릴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의지할게 전혀 없는 상황에서 사랑은 더 적나라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사실 그게 오는지 안 오는지는 상관이 없다. 휩쓸려 가도 휩쓸리지 않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