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후기

처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접한 건, 고등학교 때였다.

아버지는 3권짜리 두꺼운 범우사판을 선물해 주셨는데, 수험생활에 바쁘고 가독성도 높지 않아 읽지 않았다.

읽지 않은 죄와벌, 부활 처럼 카라마조프도 그렇게 먼지가 쌓여갔다.

40이 되어서야 접하게 된 카라마조프는 그야말로 걸작이었다.

유명한 대심문관, 이반과 알류샤의 대화, 양파한뿌리 편 등 곳곳에 보석같은 단편들이 모인 거대한 소설집 같은 구성이었다.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개인적으로 스메르자코프였다. 간질병을 연기하면서 드미트리를 현장에 오도록 유도하고, 이반에게 살인의 책임을 느끼게 하는 그는 교활한 악마, 그 그 자체였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좀더 오래 살아남아 2부를 썼다면 어떤 내용일지는 아마도 영원한 떡밥(?)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