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쉽게 안읽히는 게 흠인데 이건 다행이 잘 읽히고 재미도 있다. 고전 특유의 문체가 아니라서 그런지 쉽게 읽혀서 너무너무 다행이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정신병동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인디언 추장의 아들 브롬든의 시선으로 전개 된다. 브롬든은 이 병동에서 가장 오래 머문 사람으로 귀머거리인 척, 벙어리인 척하며 살아긴다. 모든 사람들이 그를 투명인간 대하듯 하기에 누구보다 자유로이 병원의 시스템과 사건을 관찰하고 파악하는 인물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건장하고 호탕한 성격의 좀 시끄럽기까지 한 맥머피라는 사내가 등장한다.
정신병원의 수장인 수간호사 랫치드.
수간호사는 이 병원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원할하게 돌아가는 정밀한 기계처럼 운영되지 않으면 참지 못하는 성격인데다, 병동 내부는 그녀가 정한 규칙에 따라 거의 완벽하게 조정되어 움직인다.
하지만 병원의 규칙따의는 맥머피에겐 아무것도 아니다. 맥머피가 온 후로 병동은 잦은 소음이 발생하고 근근히 수간호사에게 맞서는 일이 발생한다. 이상함을 감지한 맥머피가 가만있을 수는 없다. 그는 그런 성격이었다. 자유분방하고 자기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그런 사람… 엄청난 거구의 맥머피에게 대들 사람도 없거니와 맥머피가 병동 사람들을 위해 수간호사와 대적하는데 어느 누가 그에게 반기를 들겠는가…
적막하고 고요한, 활기란 전혀 느낄 수 없는 병원엔 여러 형태의 정신병자들이 아무런 감정도 없이 하루하루를 수간호사의 지시와 명령에 따라 억압당하고 있다. 맥머피는 사람들의 행동과 수간호사의 말이라면 반항이나 맞서는 사람이 없는 것과 혹 수간호사에 맞설경우 어딘가로 끌려가 반 죽은 시체처럼 정신을 잃고 오는 사람들을 목격함으로서 병원이 수간호사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느낀다.
만약 반항이나 수간호사에 맞서면 쇼크 숍(<EST기계-전기 충격 치료의 은어> 마취제, 전기의자, 고문대의 역할을 하는 장치)이라는 고문을 받기 때문…
이게 고문이지 치료라고??
맥머피는 여긴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치료랍시고 전기 충격을 가하고 심지어는 뇌 전두엽 절제수술로 환자들을 식물인간으로 만든다는 것임을 알고 격분한다.
병동에 있는 사람들에게 정당한 댓가를 요구하고 그들이 수간호사로부터 억압과 힘없이 당하는 것을 바로 잡으려 애쓰지만 이미 병동 사람들은 오랫동안 수간호사의 지시와 억압으로 길들여진 상태라 쉽지가 않다. 하지만 맥머피가 수간호사를 공격할 때면 무서워 하면서도 은근히 호기심을 보이는 그들.
이례적인 일인 것이다.
어느 누구도 이 병동에서 맥머피처럼 자유분방하게 자기 멋대로 온전히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보여준 이는 없었다. 브롬든은 서서히 맥머피의 영향을 받게 되고 조금씩 변화 한다.
이 책의 묘미는 물론 브롬든의 시선으로 병원내의 곳곳의 이야기를 아주 잘 풀어주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수간호사와 맥머피의 대결이라 볼 수 있겠다. 아주 교묘한 방법으로 환자들을 학대하고 세간에 시끄러움 없이 병동 사람들을 억압하며 권력을 행하는 수간호사와 자기 방식으로 시끄러우면서 과격스럽게 수간호사의 권력에 맞서는 맥머피의 대결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흥미로우면서 재미를 쏠쏠히 안겨준다.
항상 제멋대로이고 쓸때없이 과격하고 통제 불능에 사고뭉치 맥머피이지만 그가 병동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그들의 가치를 위해 스스로 발벗고 나서는 인간미는 맥머피! 넌 멋진 놈이야!하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맥머피와 브롬든이 끝까지 함께하지 못함에 가슴이 아팠지만 브롬든은 물론 병동에서 함께 했던 동료들 또한 앞날에 힘찬 기운이 찾아 오길 깊이 바라본다.
고전을 이렇게 재밌게 술술 읽게 되리란 생각도 못했었다. 아무래도 고전은 읽기에 부담도 가고 쉬이 읽기에는 좀 어려운 책인데 <뻐꾸기…>이 책은 두께도 꽤나 있는데도 난 재미도 느낄 수 있었고 막힘 없이 읽어갔다. 그래서 다음으로 도전할 고전 두 개를 골라 놨는데 과연 어떨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뻐꾸기 …>만큼만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