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곧 넷플릭스로 이경미 감독이 연출하고 정유미, 남주혁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하니 나중에 도서관에서 빌리기 어려워 지기전에 읽어보았다.
무협지를 읽은 적은 없지만 왠지 무협지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이런식으로 등장하지 않을까 싶은 첫번째 챕터. 언뜻 평범해보이지만 귀신잡는 해병이 아닌 귀신잡는 보건교사 안은영의 등장이올시다. 그리고 그의 조력자 한문교사 홍인표의 등장을 스펙타클하게 그린 사랑해 젤리피시.
귀신잡는 은영이 주말마다 하는 일은 영적인 힘을 충전하기 위해 유적지에 가는 것인데, 엄청난 힘의 보호막을 가진 인표를 만난뒤론 그의 손만 잡아도 충전이 되는 것을 알게된다. 손뿐만 아니라 그와 가까이 있는 것 만으로도 이렇게 충전이 된다면 입을 맞추면 얼마나 충전이 되는건지, 더 나아가면 어떻게 되는건지 궁금해지는군.
럭키와 혼란이라는 별명을 가진 남학생 둘에게 씌인 영적인 힘을 봉인하기 위해 그들의 겨드랑이를 매듭지어버린다는 정말 엉뚱한 에피소드인데 정세랑 작가는 이렇게 일상적인 부분에 엉뚱한 면모를 보이는 점이 참 재밌다.
메켄지라는 이름의 원어민 교사는 사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감초역할이자 빌런이다. 사람좋은 웃음을 짓고 다니지만 사실은 악령이 깃든 풀들을 기르며 인간세계 곳곳에 풀들을 심어 놓는 일을 하는데 드라마화가 된다면 이 메켄지역할을 누가 할지 궁금하다.
생물학을 가르친다는 이유만으로 학교 정원에 있는 오리를 담당하게 된 한아름이라는 선생의 이야기이다. 오리는 다른 오리에 비해 뭔가 힘을 가지고 있는 오리 인것 같은데 은영이 보기에도 뭐 그닥 나쁜 힘은 느껴지지 않아 학교의 마스코트로 오래오래 살아가는 오리로 나온다. 쉬어가는 챕터랄까.
레디라는 이름의 학생이 자신의 엄마가 집에서 자꾸 귀신을 본다고 자신의 집에서 귀신을 내쫓아 달라는 부탁을 받은 은영. 레디의 아버지는 유명한 락스타 조슈아 장이고, 첫사랑을 잃고 지금 레디의 엄마와 결혼을 했다. 레디의 엄마는 남편의 첫사랑이 자신을 괴롭히는 것 같다고 하지만 은영이 보기엔 레디의 엄마가 첫사랑의 자리를 꿰찼다고 생각해서 느끼는 강박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레디의 엄마에게 선의의 거짓말을 하고 레디의 집은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는 구전소설같은 이야기.
죽은 사람을 보는 은영이 가장 힘들때가 언제일까 생각하다가 이 챕터를 보고, 자신이 아는 사람, 친구, 가족, 애인이 죽었을때 그 환영이 이승을 떠나못하고 자신의 주위를 맴돌때 가장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전학생이 왔다라는 뜻의 ‘옴’ 인 줄 알았는데 사람들에게 붙은 안좋은 ‘옴’을 보는 능력의 소녀가 전학을 왔다. 사실 이 소녀는 45번째 환생을 하는 사람도 아닌 무엇도 아닌 것인데, 45번째 처음으로 소녀로 태어났다. 그래서 이번 생 만큼은 소녀로 온전히 살아보는 것이 소원이라 그 소원을 은영과 은표가 도와준다는 이야기.
학교에서 가장 만만한 역사 선생님 박대흥은 남들이 다 하기 싫어하는 교과서 채택일을 하게 되었고, 교장선생님의 등쌀에 못이겨 역사왜곡 교과서를 채택할뻔하지만 자꾸 꿈에 나와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 때문에 교장선생님이 밀고 있는 왜곡교과서를 채택하지 않는다. 그 뒤로 제대로 된 역사 교과서에서 밤새 자신의 꿈에서 자기를 괴롭힌 사람들의 얼굴을 보게 된다. 역사를 왜곡하지 맙시다.
첫번째 챕터에 등장한 전교생 집단 자살소동 이후로 학교를 더욱 굳건히 지키게 된 은영과 인표 사이에 묘한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어느 로맨스에나 등장하는 각성 타임이 바로 지금이다. 서로가 익숙해져서 이게 무슨 감정인지 모를때 등장한 최종빌런 인표의 맞선녀. 그녀의 등장으로 주말마다 만나서 충전을 했던 은영은 혼자가 되었고, 이제 다시는 인표의 손을 잡지 못한다는것이 못내 아쉽긴 했지만 인표없는 세월동안에도 혼자서 충전을 잘했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은영. 인표는 사실 맞선녀와 잘 되지 않았고, 그 뒤로 학교에 뭔가 이상한 악의 기운이 느껴진다. 그리고 어김없이 은영과 인표가 그 악의 용을 물리치는데 그 곳엔 맞선녀가 하고 있던 진주목걸이가 있었다. 다른 로맨스들과 달리 용이 등장하고 악의 기운이 등장해서 서로에 대한 감정을 각성하는 이 말도 안되는 스펙타클한로맨스는 그렇게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정세랑 작가의 책을 읽으면 어딘가 모르게 이건 구전동화같은 느낌을 받는다. 인물의 입을 빌려 전개하는 것이 아닌 제 3의 인물이 이야기를 전달하는 형식의 소설 방식이라 그런가
그리고 어김없이 이 소설도 작가의 지인들 이름을 활용했다는 점이 좋았다. 자신들의 이름이 이런 엉뚱한 영웅담에 등장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드라마화가 된다면 어떨까 상상하며 읽었는데 아무래도 CG가 제일 중요할 것 같다. 책이라서 내 마음대로 상상했던 일들이 이미지화된다면 어떨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엉뚱한 영화감독과 엉뚱한 소설작가의 만남이라니 얼른 제작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