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희 작가의 등단작인 가만한나날. 전에 읽었던 항구의사랑 이 참 재밌어서 데뷔작은 어떨까 싶어서 읽어보았다. 총 8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어쩌면 한 인간의 처음을 다룬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선택한 길에서 나는 조금 다른 분류의 일을 하고 있긴 하지만 주변 친구들의 얘기를 들을때면 어쩐지 나만 뒤쳐지는 느낌? 그 느낌이 그쪽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 못하게 된 느낌이라 쓸쓸할때가 있었다.
세상 다정하고 착한 사람들을 보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되지. 너의 일그러져 가는 얼굴을 보게 된다면 그건 정말 슬픈 일일거라고.
오랫동안 함께 일거라고 생각하면 그리 오래 만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냥 친구처럼 가족처럼 편하게 지내다 보면 오래오래 볼 사이가 되지 않을까.
서로를 닮아가기 때문에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부부의 모습이 아름답다.
내가 이 책을 완독했을때 느꼈던건 모든 처음을 겪는 2~30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신샛별 문학평론가 의 작품해설을 보면서 이 책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어쩌면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직장에서의 처음을 겪은 이야기들.
첫 직장을 다니면서 처음으로 한 업무에 대한 이야기 #가만한나날
정규직 자리를 두고 혼자 예민했던 이야기 #감정연습
첫 상사와 드림팀이라고 불릴만큼 일을 잘했지만 그와 틀어지게 되면서 퇴사를 한 이야기 #드림팀
사랑을 하며 처음 겪는 감정들
오래된 연인과 함께 학교선배가 사는 집에 가서 어쩌면 자신들의 미래를 보고 온 이야기 #그건정말슬픈일일거야
동거중인 연인과 새로운 집으로 이사가는 이야기 #현기증
결혼을 약속한 연인과 함께 아버지가 계신 물나들이에 간 이야기 #우기가물나들이에갔을때
서핑을 하다 바다에서 길을 잃었지만 현지인의 도움을 받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을때보다 낯선곳이 더 편하다 느껴버린 여자의 이야기 #얕은잠
모임에서 만난 여자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 여자의 이야기 #말과키스
이렇게 정리를 해보니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과 처음 겪어보는 경험들에 대한 이야기가 어쩌면 한 인물의 이야길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건 가만한 나날과 얕은 잠이다. 처음 회사생활을 하면서 처음 맡은 일을 열심히 하기 위해 어떤 중요한걸 놓친 경험은 누구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 중요한 부분을 사회적인 이슈와 엮은 부분이 놀라웠고, 내가 처음 입사했을땐 어땠나 생각을 하게 했던 작품이다.
얕은 잠은 처음엔 서핑 얘기가 주인가 했는데 후반부로 갈 수록 안정과 편안함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여자가 뜻밖의 낯섬을 느껴버리고, 다시 안정적인 곳으로 돌아갔을때 의외로 불편함을 느끼고, 새롭게 낯선곳으로 간다는 설정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이 한 남자와의 이별이라는 것이 좋았고, 이별이 슬픈 것 만은 아닌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해준 다는 것이 좋았다.
항구의사랑도 읽어봤는데 내 스타일은 아무래도 가만한나날이 더 생각할게 많은 작품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