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홍보 문구가 참 자극적인데, 그 시절 아이돌을 사랑하고 팬픽을 읽으며 여자를 사랑한 소녀의 이야기. 누구나 그런건 아니지만 내가 고등학생일 시절에 아이돌을 사랑했고, 팬픽에 미쳤던 기억이 있어서 공감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목포라는 항구도시가 배경인 이 소설은 90년대 초중반 여중생이 여고생이 되고, 여대생이 되면서 느끼는 감정의 변화에 대해 나와있다.
여중생때 친했던 친구가 사실 자신을 좋아했고, 그 후 멀어진 상태로 고등학생이 되어보니 친구들은 유행처럼 동성연애를 하고 있었다.
자신 역시 우연히 들어간 연극동아리에서 만난 한 선배를 좋아하게 되고 서로의 마음이 진심인지 아닌지 헷갈려 하던 찰나 선배가 대학을 가게 되고 다른 사람들 처럼 남자를 만나고 점점 멀어져 가는걸 느낀다.
그리고 자신이 여대생이 되어보니 남들처럼 평범해 보이기 위해 남자를 좋아하고 남자친구도 사귀지만 아직까지 그 선배를 볼때면 그때 내가 느낀 그 감정이 사랑이었구나 깨닫게 된다.
내가 중학생때 우리 학교도 이런 동성연애가 유행이었다.
그땐 한반에 40명씩 13개의 반이 이었으니 다양한 아이들이 학교에 다녔고, 그중에 동성애자가 없을 거란 생각은 안했다. 생각해보니 그때 그런 소문에 휩싸이고 공개적으로 동성연애를 하던 친구들은 지금 어떻게 지낼까?
이 소설에서 동성연애를 하던 동창들 중에는 실제로 동성애자로 살기로 한 친구도 있고, 사회에 낙오되지 않기 위해 이성애자인 척 하는 친구도 있으며 그때 그건 유행이었잖아 라고 그 시절을 부정하는 친구도 있다.
이건 단순히 그 시절 유행했던 동성연애에 대한 얘기가 아닌 지금 현재도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중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사회가 이성애자가 옳다고 하는 분위기에 자신이 동성애자인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의 이야기.
그래서 김세희 작가는 이런 얘기를 쉽게 쓸 수 없었다고 말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