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글에 이미 ‘레즈비언인 딸과 요양보호사인 그 엄마의 이야기’라고 나와있어서 ‘엄마와 딸의 관계니까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의 과정이 나오고 감동적으로 끝나겠지’ 라고 막연하게 상상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면 생각처럼 감동적인 가족 이야기처럼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는 따뜻한 느낌보다는 뭔가 답답하면서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딸이니까 엄마가 헌신적으로 이해하고 무한한 사랑으로 감싸겠지 하고 내가 상상했던 엄마의 모습과 달리 엄마는 엄마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계속해서 딸과 대립하는 관계를 보여준다. (내가 너무 엄마의 헌신, 희생을 당연히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 그들의 말다툼을 보고 있으면 엄마도 이해되고, 딸도 이해가 되서 안타깝고 답답해서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 책의 또 중요한 인물은 엄마가 보살피던 젠이다. 젊은 시절 말그대로 열심히 살았던 할머니가 나이가 많아지고 가족도 없이 홀로 요양원에서 늙어간다. 주인공인 엄마는 진심으로 보살피지만, 건강이 악화될수록 요양원에서는 진심의 보살핌은 필요없고, 의무적인 보살핌의 행위만을 강요한다. 결국 이 엄마는 요양원에 떼를 쓰다시피 애원해서 자신의 집에서 보살핀다. 어떻게 보면 자신과 아무 관계없는 ‘남’인 젠을 위해서 요양원사람들과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은 마치 미래의 자신을 위해, 미래의 자신의 딸을 위해 투쟁하는 것 처럼 느껴져서 안타깝고 안쓰러워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보살핌을 통해 딸에 대한 실망과 답답함, 힘든 상황을 젠을 통해 위안을 받으려고 했던 것 같다. 젠은 거동도 불편하고 정신도 온전치 못해서 더 신경쓸 것도 많아 성가신 존재였을텐데, 어째서인지 젠의 존재는 그녀에게 위안이 되었다. 그녀에게 젠은 어떤 존재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