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가38세쯤 되었을때 발표된 책. 중학생때 삼중당문고로 헤세의 시집을 읽고 엄청 좋아했었는데, 정작 그의 소설들은 40이 넘어서야 제대로 읽게 되었다. 고등학교때 지와사랑과 데미안을 읽다가 말았었는데 40이 넘어 읽으니 너무 좋았다. 특히나 수레바퀴아래서가 제일 좋았는데 이상하게 그의 소설들을 읽다보면 중학생 때가 떠오른다. 한창 사춘기일때 시를 쓰기도 하고 유명한 시들을 일기장에 옮겨 적기도 했던 그 시기… 크눌프를 읽다보니 헤세가 지은 시들의 분위기가 많이 느껴졌고 매우 아름다운 산문시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초봄, 크눌프에 대한 나의 회상,종말 이렇게 세 이야기로 묶여 있는데 나는 마지막 이야기가 제일 좋았다. 페병으로 살 날이 얼마남지 않은 크눌프가 어렸을때 살았고 첫사랑의 추억이 있는 고향에 찾아가 눈 속에서 죽음을 맞는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죽기전에 유년시절의 기억을 안고 죽음을 맞이 하는거 같다. 보통 인간들은 인생에서 가장아름답고 행복했던 시절을 기억하며 생을 마감하는데 크눌프는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들을 생각하며 평화롭고 아름다운 죽음을 맞는다. 방랑, 일상생활의 초연함, 이상과 꿈, 사랑, 진리를 찾는 구도자의 여정 등등은 헤세의 문학세계에서 자주 나타나는 주제들이다. 이렇게 단어를 나열하고 보면 내 10대의 일기장에 써놓았던 글들과 맥을 같이 하기도 한다. 인생에서 어른으로서의 첫발을 딛고 여러 고비들을 넘기고 살아내면서 이런 가치와 꿈들이 어느새 멀리 떠나버리고 구질구질한 일상과 남들과 비슷비슷한 가치로 세상을 판단하고 타성에 젖어 드는 것 같다. 자신의 삶을 독창적이고 자기만의은세계로 살아내는일은 결코 쉽지 않을 터,,,,헤세는 말년까지도 자신의 문학세계를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상세계를 아름답게 표현해 낸것 같다. 그래서 시간이 흘러도 그의 작품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