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는 정치범 발렌틴과 동성애자 몰리나가 나누는 대화로 이루어지 ㄴ이 소설은 발렌틴과 몰리나를 설명하는 화자는 등장하지 않는다. 오로지 둘만의 대화로 둘의 행동을 상상해보게 하는 이 책은 전지적 작가 시점, 1인칭 주인공 시점 등과 같이 다른 화자가 등장하는 책에 익숙해진 독자들에게 신선함을 전한다.
감옥 생활 속 따분함으로 인해 둘은 영화의 줄거리를 나누고, 그 줄거리에 대한 생각을 나누게 된다. 처음 ‘표범여인’과 관련된 이야기를 시작으로 얼굴에 흉이 난 조종사와 못생긴 하녀의 이야기, 좀비를 만들어 복종시키는 마법사의 이야기 등을 나누거나, 홀로 생각하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큰 이야기 속에 여러 개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액자식 구성으로도 볼 수 있다. 이야기마다 반전을 거듭하며 다른 책들보다 긴 책이지만 지루할 틈 없이 이어가고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 아닌 극적인 상황에 잠을잔다거나, 아프다는 이유로 끊으며 더욱 보는 즐거움을 더하며, 영화에 대한 서로의 생각으로 의견 대립을 하는 것 또한 볼 재미를 더하고 있다.
형무소의 소장과 몰리나의 대화에서 몰리나가 발렌틴의 정보를 캐내기 위해 소장의 부탁을 받고 있고, 소장은 대통령 비서실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나오면서 충격적이었다. 이렇게 책은 이야기를 발렌틴과 몰리나를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뿐만 아니라 또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등장인물로 내세웠다. 이 장면에서는 정부가 한 사람을 정치범으로 몰고, 그를 고문하려 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시대의 억압과 폭력을 알 수 있다. 또한 이후 발렌틴이 몰리나에게 자신이 몰리나가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자신이 몰리나가 출소한 이후 누구를 찾아가야 할 지도 알려주겠다고 했을 때 몰리나의 행동으로 둘의 화합을 볼 수 있다. 몰리나는 부추겨서 발렌틴의 정보를 캐내야 하는 자신의 일과는 상반되게 자신은 관심 없는 일이고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정보 듣기를 반대하고 있다. 이에 몰리나의 심정을 가장 잘 대변하는 문장은 “아무것도 모르면 아무것도 말 할 수 없잖아” 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몰리나는 발렌틴의 정보를 알리기를 거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반된 두 인물을 통해 대중문화와 고급예술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대중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보고 함께 생각할 수 있게 쉽게 쓴 것도 있지만, 그 사이사이에 정치, 억압고 폭력 등 사회 문제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고 대항하고 있다. 이는 앞서 말했듯이 대중문화와 고급예술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 특히 복통을 호소하는 발렌틴을 몰리나가 거리낌없이 뒤처리 하는 데에서 둘의 화합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의 결정적 주제는 숭고한 인간 정신과 나아가 진정한 사랑이란 서로를 이해하면서 서로를 닮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진정한 사랑이란 서로를 이해하면서 서로를 닮아가는 것이라는 것은 발렌틴과 몰리나가 주고 받는 이야기 속 영화들의 내용으로 알 수 있다. 표범여인과 좀비영화 등 영화에 등장한 모든 등장인물들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오해, 방해들로 인해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들을 다루고 있다. 이를 통해 진정한 사랑에서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알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