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이라는 지명이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바로 [무진기행]을 통하여 혜성처럼 등장하였다가 일순간에 사라진 김승옥의 흔적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거에 짧막하게 읽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그의 다른 중단편과 함께 만나는 [무진기행]은 언제고 열어보아도 그 신비스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인물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에 담겨 있는 함의는 물론 당시 사회 현실에 대한 반영이 가득한 그의 작품들은 확실히 그를 기점으로 한국 문학을 구분할 수 있다라는 평가가 전혀 과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특히 작품의 소재가 당시의 현실에서 그대로 차용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눈으로 보여지는 현실 속에 또 다른 의미가 담겨져 있음을 알게 되는 순간 그의 작품 세계에 흠뻑 빠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요즈음의 책들처럼 화려한 표현이나 치밀한 구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간결한 표현을 통하여 사회의 단면과 주인공의 심경을 은유적이고 상징적으로 표현을 한다는 느낌이 이 책에 수록된 작품 곳곳에서 느낄 수 있기에 단순히 그의 이름만 알고 있는 분들에게는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