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도 때울 겸 무심코 집어 들었다가 순식간에 읽어 내려간 이 소설은 벅이라는 덩치 큰 개를 주인공으로 한다. 단지 몸집만 큰 것이 아니라 세인트 버나드와 셰퍼드의 혼혈인 벅이 예상치 못했던 고난과 시련을 통해 맹수로 성장하며 변모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개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인간들이 부수적 인물들로 보이는 것 같지만 그들과는 혹독한 북부의 자연환경과 그 앞에 선 피조물처럼 결코 뒤바뀌지 않는 관계인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설정된다.
분노를 참아내는 방법과 노동의 즐거움, 기회를 엿보며 그것을 낚아채는 개들의 세상은 인간의 것과 하등 차이가 없어 보였고 거친 생존본능과 경쟁이 시대를 막론하는 인생과도 같아 보였다. 어느 주인을 섬기게 되느냐가 한동안의 시간을 좌우하는 것이라면 누구 밑에서 일하느냐 라든가 어느 조직에 속해있느냐가 현대사회에서의 벅과 같은 입장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점점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며 환경과 앞일을 예측하게 된 벅은 닥쳐올 위험을 미리 감지하여 살아남기도 하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숀턴으로부터 가슴벅차오르는 애정을 느끼기도 하지만, 주인이 살해당하고 분노하여 복수하게 되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갈등하고 망설여왔던 자연과 내면의 소리를 따라가게 된다.
태곳적 선조들의 습성은 자신이 사냥한 먹이를 먹고 싶은 욕망과 피에 대한 갈망 그리고 본성을 따르는 지혜와 인내심을 가져다주었다. 그것은 내면에 잠재해있는 거친 대자연의 숨결로 살아가는 것이며 또한 그것은 바로 야성의 부름에 응답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