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화가 진행중이며, 또한 그러한 다원화를 통하여 많은 영향과 변화를 겪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이졸데 카림의 [나와 타자들]은 그 내용이 언뜻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사회는 아직 그러한 다원화가 본격화되지 않았으며, 인종과 언어적인 측면에서도 여전히 단일성을 고수하며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다문화 가정처럼 타자를 우리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는 이졸데 카림이 지적하는 것처럼 기존의 전통과 가치를 의미하는 주도문화를 기준으로 그들이 그것에 적응해야 하는 관점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원화는 기존의 그러한 가치에 대한 변화를 주면서 오로지 중립성만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의 사람들마저 자신의 원래 존재에 대한 주체성을 상실하게 된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요? 이미 유럽에서는 그러한 혼란으로 인하여 사회적인 제도와 법의 정비 필요성은 물론 폭력과 테러, 문화와 사회에서 나타나는 갈등이 야기되고 있는데,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하여 다원화가 유럽에 어떻게 자리를 잡고 있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이러한 타자를 적으로 규정하면서 포퓰리즘이 등장하여 극우정권이라든지 트럼프와 같이 기존과는 확실히 다른 정치인의 등장은 이러한 타자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다원화는 이제 막을 수 없기 때문에 그 본질을 파악해야 하는 상황임을 저자는 강조합니다. 타자를 통하여 나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를 통하여 사라진 나의 주체성을 새로이 만드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원화로 인하여 야기되는 그러한 것들은 결국 스스로의 노력에 의하여 극복되어야 할 것입니다. 권위주의와 포퓰리즘으로 극복할 수 없는 것이죠. 특히 우리와 같이 아직 본격적으로 다원화에 영향을 받지 않은 시점에서는 이 책 [나와 타자들]의 내용들은 확실히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렇지 한다면 그 다원화와 타자들과의 만남에서 엄청난 충격으로 인하여 혼란에 빠질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