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희들을 계몽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
두 개의 에필로그가 하나는 결혼한 인물들의 해피엔딩으로, 다른 하나는 역사와 권력에 대한 톨스토이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기 위해서 쓰였다.
물론 톨스토이 인간론은 위로부터의 낙수현상이며, 이 책의 원문 1600페이지 중 500페이지가 당대 러시아 귀족의 언어인 프랑스어로 쓰였다는 점은 이 소설 인물들의 면면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 소설이 지명하는 독자는 하나의 덩어리로 적힌 일개 병사나 민중이 아닌 세습 세계에서의 귀족이며 귀족이야말로 ‘인간’이 된다.
나폴레옹의 등극과 러시아 원정 실패의 여러가지 면을 비난하는 40세 이전의 톨스토이의 시선과 이야기는 대중이 아닌 전형적인 러시아 귀족과 지식인 계층을 위함이며, 톨스토이가 묘사하는 전쟁의 참혹함은 20세기 세계대전을 고발하던 사실주의에 비하면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이 작품 이후에 보다 근원적인 인간에 관한 소설을 썼지만, 다른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이 보다 다양한 형태로 소비되고 변형되는 과정에서 예술가들의 찬사를 받는 이 소설이 로맨스 이상으로 재생산되지 못하다는 건 시대가 흐를수록 이 작품의 근원이 빈곤해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1872년 작인 #안나카레니나 이후의 작품을 읽는 게 내게는 맞는 것 같다. 그것도 레빈의 계몽력을 상승시키는 각성에 팅탱퉁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