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가 아니면 말씀하지 않았다는 예수 그리스도를 본 받아 아홉 층의 지옥을 구성하고 단테는 심판한다.
사실 성경을 따르자면 이리저리 정죄하고 심판해서는 형벌까지 세세하게 기록하는 단테야말로 오만하게 유일한 심판자인 신의 결정을 자기 생각대로 정리하고 남발했으니 그야말로 B9층의 무기세입자가 되어야 마땅한 게 기독교의 원리인데…
초반부를 읽을 때는 그리스로마신화가 등장하길래 ‘이게 무슨 융합인가’ 싶었지만서도 13, 14세기 당대 기독교가 모든 신화와 종교, 설화를 포섭하고 지배하는 정점의 진리임을 전제한다면 다양한 신화조차도 심판의 대상이라는 주장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윌리엄 블레이크의 올컬러 삽화도 많고… 이 작품을 해석하고 재구성한 창작물들 보다 덜 자극적이라서, 게다가 뭐랄까 14세기에 지옥에 있을 인물들이 현대 신학으로는 천국에 있을 터이고 지금 기준으로 지옥에 있을 인물들이 14세기 신학으로는 천국에 있을 것이라서.
가룟 유다는 지하 9층에서 뒤통수를 씹히고 있는데, 현대 가톨릭에서는 필수불가결한 구원의 과정을 이룩한 성인으로 해석하지 않나.
그리고 지하 1층에 거주하는 기독교 전파 이전에 살고 죽은 불운한 인물들에 관해서는 #진리의파편 이라는 논의도 있고.
사실… 단테 당대 실존 인물들과 피렌체와 가톨릭 권력자들, 로마인들의 등장은 일견 사마천의 #사기열전 을 떠올리게 한다.
단테의 복수극장 같기도 하고…
크리스마스엔 핫초코와 함께 신곡 지옥편을 읽으면 조와요
p.s. 주석을 페이지 밑에 적어두시지 끝에 몰아서 배치하면… 귀찮, 너모너모 귀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