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순정한 삶과 정신을 해체하고 나열하면 그 길은 직선도 완만한 곡선도 아니요, 비틀리지 않아서 누구라도 편안히 닿을 수 있는 형상도 아니며, 윤곽을 가늠할 수 있는 형체가 아니라는 것을 유리알 유희의 명인 요제프 크네히트의 생애와 그의 정신이 탐닉했던 유희의 세계라 할 수 있는 세 편의 유고를 통해 읽을 수 있었다.
1권 p260
“제가 생각하는 유희는 명상을 마치고 나면 마치 구의 표면이 중심을 감싸듯 유희자를 감싸 우연으로 가득 찬 혼란한 세계로부터 한 치의 빈틈도 없이 균형 잡히고 조화 이룬 세계를 자신 속에 받아들였다는 느낌이 남도록 하는 것입니다.”
1권 p338
인간에게서 고요함으로, 언어에서 음악으로, 생각에서 전일성으로 돌아선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어.
헤세의 다른 작품들과 비슷한 형식으로 한 사람의 인생, 길, 구도를 통해서 오롯한 정신의 세계를 그려내지만 이 소설은 총체다.
2권 p287
아마 실제로 온갖 세상사가 그저 하나의 유희이고 껍질일 따름이며, 미지의 심연 위를 지나가는 바람의 입김이고 잔물결일 따름일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그것을 바라보는…
완전한 정신을 쫓는 유희의 사고는 정복이나 기쁨과 피안의 세계를 쫓는 열렬한 수도가 아닌 닿을 수도 다룰 수도 없을 고통의 웅덩이를 훑어 누군가의 발자국에 손바닥을 올려 보고도 문을 열고 나갈 수 있는, 허탈한 최후라도 거절하지 않고 직면 할 수 있는 투명함.
2권 p324
그 모든 것은 공허한 광채요 행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