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에게 가질 수 있는 가장 일상적인 잔인함과 이기심이 현실적으로 담겼다. 부모가 가장 자랑스러워했고 가장 사랑했던 첫째 아들의 죽음은 그와 맞바꿔 살아난 이의 별볼일없는 현재 모습에 비해 너무도 무겁고 아까운 것이었다.
참 여러모로 복잡해졌다. 그리고 그 포인트에서 작가가 그들을 통해 독자에게 주는 잔인함은 소름돋을 정도의 냉기를 품고 있다. 일본인이라 이런 잔인함을 뽑아낼 수 있었을까. 특유의 싸한 느낌은 도저히 다른 문학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어긋난 애정과 증오와 그럼에도 끊을 수 없는 핏줄과 핏줄이 없음에도 연결되려 하는 그런 인연이 이곳에 다 들어있다. 재밌다. 이 작고 얇은 책에 냉기가 잔뜩 서려 많은 사람들이 재밌게 잘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차갑기만 한 책도 아니다. 아무튼 재밌게 잘 읽었다. 책에 여백이 별로 없어 읽기 힘들었던 것과 별개로 구성은 탄탄했다.
둘째 아들의 시선으로 우리는 쉽게 그들의 일상에 스민다. 굉장한 리얼리티를 추구해 당장이라도 대입이 가능하다. 죽음과의 첫만남의 묘사가 마음에 든다. 책에 인간이 갖는 입체감이 표현되어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