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남는다. 감독의 글을 좋아하게 됐다.
완전한 가족의 모습,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갖춘 이들이 얼마나 될까.
작중 경제적인 위치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도박에 빠져 살다 급하게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혐오하면서도 그 길을 그대로 걷는 아들의 모습에서 징그러울 정도로 질긴 핏줄의 냄새가 난다. 절대 그 냄새를 지울 수 없다.
가장 소중한 존재인 가족은 소중한 만큼 성가시다. 발목을 붙잡기도, 매달리기도, 서로에게 기대기도 하는 그런 관계라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도박에 빠져 어리석은 선택을 계속하는 료타가 꿈과 자존심을 버리지 못하고 헛된 꿈만 좇으니 그를 포함한 주변의 모든 이들이 행복할 수가 없다. 지치지도 않고 일확천금을 찾는 그의 모습은 진저리가 날 정도다. 그에게 중요한 건 사랑일까, 가족일까, 꿈일까, 돈일까.
돈이 중했다면 제대로 일을 했을테고 사랑이 중했다면 끝없이 사랑을 했을테고 가족이 중했다면 아내와 아들, 부모를 버리진 않았을테니, 꿈이 중했을까 싶다. 그런데 진짜 꿈일까. 타고난 그런 성향 탓에 도박에만 손을 대는 걸까. 그렇게 사기를 치고 다니는 걸까. 현실에서 만나기 끔찍할 정도로 싫은 사람이다. 료타 자신도 현실이 싫어 한방만을 노리는 걸까.
아들 신고가 그에게서 부정적인 것들을 배울까싶어 읽는 내내 불안했고 마지막의 모험은 분명 신고에게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됐을 것인데 복권을 쥐어주는 료타의 선택은 도저히 좋게 바라볼 수가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다소 긍정적인 끈끈함이 짙게 뱄다. 여운이 남은 이유다. 그 혐오스러운 아버지는 아들이 수상한 첫 작품을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자랑을 하고, 독설하는 어머니는 언젠가 자신을 찾아올 아들을 기다리며 이것저것 준비하고 귤나무를 가꾼다. 나비. 그는 태풍이 지나간 뒤 제 자신을 돌보고, 어머니를 돌보고 본래 자기의 길을 다시 걸을 수 있을까. 다시 자기 인생을 자기가 주도하게 될까. 어쩌면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