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작가의 에세이를 읽는 일은 참 즐겁다. 그 사람의 작은 습관이나 인생관 같은 것을, 오래 알고지낸 친구처럼 시시콜콜 이미 다 알고 있기에_ 정겨운 느낌이 든다. 오랜만에 바나나의 소설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세월과 함께 모든 것이 재미난 추억이 되어 가고 있다. 시간은 정말 약인 것 같다. _120p
괴롭고 슬프고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일이 겹치는 것은 어떤 이의 인생에도 있는 일, 타인은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 깨찰떡을 만들어 주는 정도 외에는. 하지만 깨찰떡이나마 없는 것보다는 있는 편이 절대적으로 좋다. 그것이 인생을 비추는 작은 빛이 될 수도 있으니까. _124p
그런 건 상관없으니까 그냥 내버려 둬.
나쁘면 나쁜 대로 살게 해 줘.
가슴이 아프든 스쳐 지난 채로 끝나든, 사랑한다고 생각하게 해 줘. _154p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사람들과 그곳에서 차를 마셨던 것도 그리운 추억이다.
여러 겹으로 덧칠된 추억은 좀처럼 투명해지지 않는다. 끈끈하고 무거운 액체로, 인생의 앙금으로 가라앉는다. 시간이 흐르면 시큼하게 삭아, 애처롭게 발목을 잡는다. 그래도 역시 추억은 있는 편이 좋다. 애처로우면 애처로울수록 우리들 발자국에 깊이가 생긴다. _19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