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처음 읽었던 건, 2016년 여름, 헬싱키에서였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오랜만의 신간이라 너무 반가웠고, 귀여운 책표지도 마음에 들었다. 중간중간 바나나 특유의 개그(특히, 온천장면)와 힐링되는 문장들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로부터 2년 후, 보고타에서 다시 이 책을 읽었을 때에는, 처음 읽었을 때보다 훨씬 재미있고, 뭐랄까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동이 느껴졌다. 세 번째 읽을 때는 또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기대가 된다.
아, 바닷가에 있는 빙수가게에 가보고 싶어졌다.
꿈을 꿀 때는 사랑에 빠진 것처럼 모든 일이 즐겁고, 기운 차 보인다. 그 섬에 있는 동안, 나는 늘 그런 기분에 설렜다. _16p
그래도 하지메가 있는 여름은 지금뿐이야. 시간을 같이해 주는 것, 그거야말로 진정한 대접 아니겠니. _34p
“밤바다를 보면 슬퍼질 줄 알았는데.”
하지메가 중얼거렸다.
“오랜만에 제대로 숨을 쉬었더니, 갑자기 바다의 좋은 냄새가 난 것 같은 느낌이야.” _45p
그렇게 매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신기하고도 엄청난 일이다. 서로가 살아 있다는 것.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같은 장소에 있다는 것. 누가 정해 준 것도 아닌데. _62p
사람은 사람과 함께 있어 보다 커지는 경우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같이 봐 주는 사람이 있다, 그 하나로도 나는 운전을 아무리 오래해도 좋고 저금이 바닥나도 좋다는 기분이 들었다. _76p
저녁노을에는 어마어마한 힘이 있다. 오늘이 한 번밖에 없다는 것을 침묵 속에서 깨우쳐 준다. _77p
그 등이 내 꿈의 전부였던 때가 있었다. 오직 그 울퉁불퉁 억센 손을 잡을 때가 내 온 하루의 기쁨이었던 때도 있었다. _88p
해결이란 정말 재미있다. ‘이제 틀렸네.’ 싶을 쯤에는 반드시 찾아온다. ‘반드시 어떻게든 될 거야.’ 하는 생각으로 머리를 짜내다 보면 전혀 다른 곳에서 불쑥, 아주 어이없이 찾아오는 것인 듯하다. _102p
그래도 역시 돈은 좋아. 뭔가를 자유롭게 얻기 위해 필요한 멋진 것이라고 생각해. _105p
하루에 한 번 웃을 수 있으면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다. _125p
진정한 친구는 한순간에 거의 전부를 파악하고 만다. 그것은 진검으로 맞서는 승부이고, 조금도 거짓말이 없는 세계이다. _128p
나는 생각했다.
의도하고, 자긍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고, 머리를 써서 여러 가지로 고민하면 정말로 이루어진다.
이 세상에, 지금까지 형태도 흔적도 없었던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그걸 유지할 수 있다.
인간은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누가 없애 버리려 하거나, 일부러 획일화하려 해도, 아무리 억압해도 절대 없어지지 않는, 그런 힘을. _14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