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어린 수아가 읽고 있었던 ‘노르웨이의 숲’ 우리나라에선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더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55p 죽음은 삶의 대극이 아니라 그 일부로 존재한다.
66p 불현듯 생각나면 나는 책꽂이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꺼내 아무렇게나 페이지를 펼쳐 그 부분을 집중해서 읽곤 했는데, 단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80p 죽은 자만이 영원히 열일곱이었다.
112p 그녀는 또 내 말을 따라 했다. 난 네 말투, 진짜 좋아. 벽에다 흙을 깨끗하게 바라는 것 같은 느낌이야.
337p 만일 내가 인생의 순서를 바꿀 수 있다면 그걸로 첫 키스로 삼을 거야,
389p 나도 매일 아침 나의 태엽을 감아
글도 술술 잘 읽혀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페이지를 넘겨댔다. 취침시간도 몇 번이고 지나쳤을 정도! 오랜만에 이런 책을 만나서 기분이 좋았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적고, 마무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다음 내용이 궁금하고, 읽고 싶어서 놓지 않은 건 얼마 만의 일일까?
책에 대해 해석한 내용을 찾아보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하루키가 작품 중간중간에 나오는 책들을 ‘기호’ 역할로 넣어두었다는 것. 결말이 조금 어렵게 와닿아서 이리저리 찾아봤지만 열린 결말이라는 짤막한 말밖엔 찾을 수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도입부의 서른일곱 살 와타나베는 왜 미도리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을까.
시작은 나오코로, 마지막은 미도리와 함께 끝난 노르웨이의 숲. 책을 다 읽고 나니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이 더 잘 어울리는 듯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