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탓에 빛이 바랜 회색 페인트의 찌꺼기와 습기 때문에 회색으로 변한 나무 사이로 적갈색의 작은 표면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나무의 원래 색깔로 최근에 페인트칠이 벗겨지면서 드러났다. 방 안쪽에서는 A‥가 창문에 기대서서 블라인드의 틈새 가운데 하나로 밖을 내다보고 있다. 남자는 여전히 흙으로 뒤덮인 통나무 다리에서 흙탕물 위로 몸을 웅크린 채 꼼짝 않고 있다. 그의 자세는 한 치도 흔들림이 없다. 몸을 웅크리고 머리는 앞으로 숙이고 양 팔꿈치는 넓적다리 위에 대고 두 손은 벌린 무릎 사이로 떨군 채다. 물 속에서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하다. 동물이거나 그림자이거나 아니면 잃어버린 물건과 같은 것들. 12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