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친 구절들로 리뷰를 대신하려 한다.
125. 가장 다행한 경우라고 해 봤자, 아이들이 더 이상 죽지 않는 것, 내가 그럭저럭 아이들을 양육해 나가는 것일까. 기껏해야 그 애들은 겨우 건달이 되지 않는 정도겠지. 그게 내가 바랄 수 있는 전부야. 고작 그것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고통과 고생이……. 인생 전체가 엉망이 되고 말았어!
(아이 키우는 엄마의 고민이 느껴지는 돌리의 마음…ㅠㅠ)
329. 사람이 익숙해질 수 없는 환경은 없다. 특히 주위 사람들이 모두 똑같이 살아가는 것을 볼 때는 더욱 그렇다.
353. 그(레빈)가 이 자그마한 존재에게서 느낀 감정은 그가 기대한 것과 전혀 달랐다. 그 감정 속에는 즐거움도 기쁨도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것은 새롭고도 고통스러운 두려움이었다. 그것은 나약함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대한 인식이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그러한 인식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이 무기력한 존재가 고통을 받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너무 커서, 그는 아기가 재채기를 할 때 느낀 뜻모를 기쁨과 자부심이라는 기이한 감정들 마저 거의 알아차리지 못했다.
397. 그녀(안나)는 어떤 한 여성 때문이 아니라 그의 사랑이 식은 것 때문에 질투했다.
399. 그녀는 그 누구의 마음과도 가깝지 않은 그런 악의 없는 대화에서 다툼이 일어났다는 것을 오래도록 믿을 수 없었다. …(생략)… 그것이 안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그녀는 그 속에서 자신의 일에 대한 경멸을 엿보았다. 그래서 그녀는 그가 자기에게 준 고통을 그에게 돌려줄 만한 말을 궁리하여 그것을 입 밖에 냈다.
452. 인간에게 이성이 주어진 것은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을 불안하게 하는 것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서죠.
505. 나는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를 생각할 때면, 레빈은 해답을 찾지 못해 절망에 빠지곤 했다. 하지만 그 문제에 대해 자문하기를 멈추는 순간에는 자신이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알 것만 같았다. 왜냐하면 그는 확고하고 분명하게 행동하고 살아갔기 때문이다.
506. 그거 그런 일에 몰두했던 것은, 단지 자신이 해 왔던 것들을 계속해야 할 것 같고 그로서는 달리 어쩔 도리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517. 표도르는 여인숙 주인 키릴로프가 자기의 뱃속을 채우기 위해 산다고 말해. 그것은 납득할 만하고 이성적인 행동이야. 우리는 모두 이성적인 존재로서 자기의 뱃속을 채우는 것 외에 달리 살아갈 수 없어. 그런데도 갑자기 그와 전혀 다를 바 없는 표도르가 자기 뱃속을 채우기 위해 사는 것은 악한 것이라고, 진리를 위해, 하느님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 그리고 난 암시만으로 그의 말을 이해해버렸어! 나, 그리고 수세기 전에 살았거나 현재 살고 있는 수백만의 사람들, 농부들, 마음이 가난한 자들,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글을 남기고 모호한 언어로 똑같은 것을 말해 온 현자들, 우리 모두가 이 한 가지, 즉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무엇이 선한 것인가에 동의하고 있어.
528. 그러나 곧 그는 현실과 접촉했을 때 정신상태가 자신을 즉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얼마나 착각이었는지 깨닫고서 슬픔을 느꼈다.
529. 아냐, 무슨 일이 있어도 더 이상 논쟁을 하거나 경솔하게 내 생각을 털어놓지 않겠어.
540. “그 ‘민중’이란 말이 너무 애매해서 말이야.” 레빈이 말했다. “읍 서기들, 교사들, 어쩌면 1000명의 농민 가운데 한 명은 그것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알지도 몰라. 하지만 미하일리치 같은 나머지 8000만 명은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지 않을 뿐 아니라 무엇에 대해 자신의 의지를 표명해야 하는지 최소한의 개념도 갖고 있지 않아. 그렇다면 우리가 무슨 권리로 그것을 민중의 의지라고 말할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