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은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축축한 땅 위에 거의 코가 닿을 지경으로 단거리선수처럼 앞으로 구부리고 있었다. 나무줄기와 그 나무줄기를 휘감고 있는 덩굴은 30피트 높이에서 초록색 어둠 속으로 파묻혀 있었다. 주위엔 온통 잔 나무덩굴이 무성했다. 오솔길이라고 꼬집어서 얘기할 수는 없는 희미한 길자국이 나 있을 뿐이었다. 즉 쪼개진 잔가지와 말굽의 한쪽이 흐릿하게 찍혀 있을 뿐이었다. 즉 쪼개진 잔가지와 발굽의 한쪽이 흐릿하게 찍혀 있었을 뿐이었다. 그는 턱을 낮추고 마치 발자국에게 얘기라도 강요하듯이 발자국을 골똘히 노려보았다. (67쪽)- 그들은 다시 산의 비탈을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어둠이 조수처럼 밀려오는 것 같았다. 아무 말도 없었던 잭이 숨이 막힌 듯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일진의 바람이 불어 닥쳐 셋이 모두 사레가 들렸다. 랠프의 눈은 눈물로 가려졌다. (179쪽)- 덩굴이 흔들리자 파리떼는 음침한 윙윙 소리를 내며 창자에서 날아오르더니 다시 그 자리로 육중하게 내려앉았다. 사이먼은 일어섰다. 주위에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별난 빛이 떠돌고 있었다. <파리대왕>은 검은 공처럼 작대기에 꽂혀 있었다. 21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