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시모옹….! 시몽에 울고 웃다 끝난 책

앞으로 한동안 시몽 앓이 할 것 같다.!

 

책 표지에 쓰여있길 섬세한 심리 묘사의 대가라고. 읽으면서 정말 신기했던 게, 와 나만 이렇게 느꼈던 거 아니었어? 싶은 구절이 많았다는 거다. 정말 정말 ‘섬세한’ 심리 묘사의 대가가 맞구나ㅡ 싶었다!

 

예를 들어, 무심한 연인 로제(남자임)가 항상 그녀 집으로 퇴근하면서 “혼자 있어?” 라고 묻는다. 이에 그녀는 이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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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어?’라니…그런 그를 비난하는 건 그 말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속에 담긴 교활함 때문이었다. (그는 그 자신으로 인해 그녀가 외롭고 불행해질 수 있다는 것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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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절을 읽고 뜨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난해하고 모호한 감정을 이렇게 시원하게 풀어주다니. 작가의 문체는 솔직담백하며 계속 계속 읽고 싶게 만드는 감미로운 매력이 있다. 고전을 읽으면서 매번 느끼는 거지만, 문체라는 건 정말 다양하고 그 개성 또한 무한함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소설 속 14살 연하남 시몽이 여주인공 폴에게 대쉬하면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고 물으며 음악회에 초대한다.

 

해설을 보면 <프랑스 대중으로 하여금 브람스에게 흥미를 갖게 만드는 건 거의 절망적인 시도라고 한다. 그래서 프랑스에서 브람스의 연주회에 상대를 초대할 때는 이 질문이 필수라는 말도 있다. /154> 라는 제목에 대한 재밌는 에피소드도 언급되어있다.

 

왜지요??? 브람스 짱 좋은데ㅡ 물론 프랑스랑 독일의 클래식 스타일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저런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인지 또 다른 에피소드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역사적으로 사이가 안좋아서 그런가요?

 

책 중반부까지 행복했다. 역시 로맨스는 여자가 써야 된다며 사강 작가가 여심 킬링 포인트를 안다며 요란법석을 떨고.. 좀 미친 것처럼 실실거리고 (침 안 흘린 게 다행) 가상 캐스팅 검색하면서 우리 시몽이 얼굴 상상도 해보고.. 사심 가득 ㅋㅋ

 

그래서 끝으로 갈수록 답답하고 고구마 백 개 먹은 기분을 느꼈으며 결말을 읽고 엄청난 충격에 빠지고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희한한 건 그 결말이 짜증나게도 이해가 된다는 거다.

 

14살이나 어린 연하남을 여자가 감당하기엔 불안한 현실과 시선들. 그래서 뻔하고 뻔뻔한 나쁜놈 로제를 택한다는 건 어쩌면 보통의 삶으로 들어가려는 욕구가 사랑을 이긴 게 아닌가 싶어 씁쓸해지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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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한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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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4

”저는 당신을 인간으로써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합니다. 이 죽음의 이름으로, 사랑을 지나가게 한 죄, 행복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 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죄로 당신을 고발합니다. 당신에게는 사형을 선고해야 마땅하지만, 고독 형을 선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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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4

“저는 때때로 고함을 지르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나는 두려워, 나는 겁이 나, 나를 사랑해줘 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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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3

그의 손가락에서 맥박이 파닥이는 것을 느끼자 그녀는 갑자기 눈에 눈물이 고였는데, 그 눈물을 너무도 친절한 이 청년을 위해 흘려야 할지, 아니면 조금쯤 슬픈 그녀 자신의 삶을 위해 흘려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자신의 입술로 가져가 키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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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8

“저는 정말이지 당신 없이는 못 살겠어요. 그동안 저는 공허 속에서 왔다 갔다 했을 뿐이에요. 권태를 느낄 수 조차 없었어요. 저 자신을 박탈당해 버렸어요. 당신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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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1

시몽이 그녀에게 가져다 주는 것은 완벽한 어떤 것, 적어도 어떤 것의 완벽한 절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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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6

“이제 뭘 해야 할지 알겠어. 산책을 하면서 당신을 생각하고, 당신을 생각하면서 혼자 점심을 먹고, 그런 다음 6시가 되기를 기다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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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1

그녀는 화장실의 거울 앞에서 기계적으로 머리에 빗질을 했다. 거울 속에는, 방금 누군가에게 “사랑해.“ 라는 말을 들은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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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0

그녀는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이렇게 덧붙였다. “시몽, 이제 난 늙었어. 늙은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