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잡지는 처음 사보았다. 그래도 주제가 여성-서사 라는데. 읽어봐야 할 것 같아서. 플래시 픽션도 좋았지만, 의외로 인터뷰도 꽤 재밌었고, 실려있는 단편 소설들도 집중해서 읽었다.
그래도 가장 좋았던 것은 ‘여성-서사’와 관련한 평론들.
소설도 이제 막 읽고 있는 나에게 평론이란 신형철의 책에 나온 몇 페이지 읽은 정도라 할만큼 낯선 분야(?)이지만, 요즘 점점 읽어가면서 취향을 발견중이기 때문에 ‘난 이런류의 글을 좋아하는가봉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텍스트 자체의 해석or주석도 좋지만, 소설-문학이 담지한 현실과의 맥락들을 짚어내는 부분들이 매우 흥미롭게 읽히는 듯 하다. 꽤 오래전 부터 알고 싶어했던 것은 ‘세상과 나의 생겨먹음’이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둥둥 떠다니는 상념들이 어떤 계기로 꿰맞춰질 때 (기왕이면 언어로) 약간의 쾌감을 느낀다.
삶과 세상을 더 깊고 다채롭게 이해하는 것이 내 목적없는 독서의 목적(?)이라면 그 이야기들을 분류ㆍ연결 시켜주는 이야기(평론)를 좋아하는 것은 필연일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릿터에 실린 몇몇 평론가들 평론집도 뒤적여볼까? 생각 중. (그렇게 또 한번 알라딘 보관함은 갱신되고…) 평론 마저도 재밌고 풍부하게 읽으려면 일단은 문학 작품들을 더 많이 봐야겠지 만은.
여하튼 가성비 갑이었다. 만원의 행복. 릿터~
다음 호는 ‘난민’이 주제라고 하눈데…살까말까… 하다가 오늘 지른게 있어서 참음…
사는 속도와 읽는 속도와 쓰는 속도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읽고 느끼고, 느낀 점을 정리하고 적어둘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고.
*
“(p.29 )1987년 민주화 이후부터 1997년의 외환 위기가 터지기 전까지 한국경제는 호황을 이루지만 그녀의 주인공들은 시종일관 “내 생은 쭈욱 악화일로였다.”라고 쓰라린 비명을 토해 낸다는 점에서 공선옥 문학은 무섭고도 불편하다. 모자 가정의 어미로 공장에 다닐 처지도 되지 못해 불법적으로 생존을 영위하기 때문에 민중이라는 이름조차 가질 수 없는 ‘서발턴’인 그녀들은 이른바 ‘87년 체제’의 한계를 보여주는 외부이자 노마드적 주체의 자유에 들뜬 1990년대 페미니즘이 외면한 자매이기 때문이다. – 민주화 이후의 여성문학 : 억압된 것의 회귀와 성차화된 여성 주체의 등장, 김은하”
“(p.31 ) 어떤 픽션과 조우했다는 건 이미 익숙함이 아니라 낯섦를 통과하는 일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나’를 고정/확정하는 체험이 아니라 “분열하고 변이하며 증식하는 체험”을 통해 이야기는 우리의 정신을 고양시킨다. – 당대의 여성서사가 우리를, 백지은”
“(p. 38) 뻔하다는 말은 결국 지겹다는 말과 다르지 않을 텐데, 정말 끔찍하도록 지겨운 것은 클리쉐로 이루어진 소설이기 이전에 현실 그 자체임은 분명하다. – 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 2018년 한국 문학의 여성 서사가 놓인 자리, 조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