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승무원 딸 유나, 그리고 그의 아버지 정근.
소설은 죽은 자와 남겨진 자의 서사를 담고 있다.
아버지 정근은 가부장적이며 군 비리를 침묵하는 윤리적이지 못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 같잖은 권력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했기에 유나는 아버지 정근에 더 불만이 많았다.
그러한 그가 딸의 죽음을 계기로 자신, 그리고 가족의 과거를 되짚어본다.
이밖에도 군비리, 항공사 노조문제 등등 다양한 사건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고있다.
딸 유나는 항공사 내 X맨제도의 피해자로 이상한 소문에 징계까지 받는다.
그 일을 계기로 스스로 목숨을 끊지만 회사의 입장은 ‘회사랑 연관 지을 필요 없습니다.’ 정도.
유나는 어릴 적 본인이 누리고 있는 것들이 특권이라는 것을 깨달을 정도로 성숙하고
남의 고통을 진심으로 동정할 줄 아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녀가 받은 상처들은 더 큰 흉터로 남았을 것이다.
유나와 영훈의 과거와 관계도 소설의 큰 축이다.
어린 시절 유나는 대령인 아버지의 운전병 영훈에게 유괴를 당한다.
오랜 시간 이후 항공사에서 부조종사와 승무원으로 만난 유나와 영훈.
왜 아저씨는 예나 지금이나 불행하기만해요 라며 묻는 유나에게 영훈은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그래서 결국 정근이 모든 진실을 알게 되면 무엇이 바뀔까.
그는 과거의 자신을 반성하고 과거의 죽은 자에게 진실로 용서를 구할 수 있을까.
정근이 자신의 과거를 (기억에서 지운지 오래되어 희미하지만)되짚어보지만
나에게는 후회하거나 합리화하거나 원망하거나 정도로밖에 안 보였다.
딸과 아버지의 관계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관계가 단지 그 둘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이 관여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