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퀴어에 대해, 어머니와 딸에 대해, 나아가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이하게도 화자가 ‘어머니’인데, 그녀는 요양보호사로 가망없는 치매환자 젠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 그녀의 집에 딸과 딸의 여자 애인이 들어와 살게 되면서 어머니와 딸의 삶은 서로 충돌한다.
아무리 인정하고 이해한다고 해도, 그것이 막상 자신의 일이 되면 그 입장은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인 것 같다.
소설 속의 어머니 역시 요양보호사로서는 젠의 입장에서 불의에 항거하며 젠에게 측은지심을 보이지만,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딸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딸이 말하는 정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노력해야만 한다면. 노력할 수밖에 없다면..
부모 자식간에도 이렇게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힘든데 하물며 타인이야.
아니. 어쩌면 가까울수록, 가깝기 때문에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인지도…
왜 저를 낳아 준 나를 이토록 슬프게 만드는 걸까요. 내 딸은 왜 이토록 가혹한 걸까요. 내 배로 낳은 자식을 나는 왜 부끄러워하는 걸까요. 나는 그 애의 엄마라는 걸 부끄러워하는 내가 싫어요. 그 애는 왜 나로 하여금 그 애를 부정하게 하고 나조차 부정하게 하고 내가 살아온 시간 모두를 부정하게 만드는 걸까요. (p.84)
그럼에도 노력해 보겠다는 말은 끝끝내 나오지 않는다. 그런 헛된 기대를 심어 주고 싶진 않다. 여전히 내 안엔 아무것도 이해하고 싶지 않은 내가 있고, 모든 것을 이해하고 싶은 내가 있고, 그걸 멀리서 지켜보는 내가 있고, 또 얼마나 많은 내가 끝이 나지 않는 싸움을 반복하고 있는지. (p.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