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한 뿌리- 그루셴카가 어릴 적 식모에게서 들었다는 우화. 역설적이게도 평판이 최악인 그루셴카가 알료샤에게 들려준다.
“옛날 옛적에 참 못되고도 정말 못된 아줌마 한 사람이 살았는데, 그만 죽었답니다. 죽고 나서 보니 아줌마는 그동안 착한 일을 단 한 가지도 하지 않았던 거예요. 악마들이 아줌마를 붙잡아서 불바다속에 던져 넣었습니다. 그러자, 아줌마의 수호천사가 가만히 서서 생각했지요. 하느님께 말씀 드릴 만한 무슨 착한 일이 저 아줌마에게 없으을 하고요. 마침 기억나는 것이 있어서 하느님께, 저 아줌마는 텃밭에서 양파를 뽑아 거지 여인에게 준 적이 있답니다, 하고 말씀을 드렸지요. 그러자 하느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답니다. 너는 그 양파를 들고 가서 불바다 속의 그녀에게 내밀되 그녀가 알아서 붙잡고 기어 나오도록 해라, 만약 그녀가 저기 불바다에서 나올 수 있다면 낙원으로 가도 좋지만, 만약 양파가 끊어진다면 그녀는 지금 있는 그곳에 남게 되리라. 천사는 아줌마한테로 달려가서 양파를 내밀었습니다. 자, 아줌마, 어서 붙잡고 올라와요. 그러면서 천사는 아줌마를 조심스럽게 잡아당겨서 마침내 거의 다 끌어올렸는데, 호수에 있던 나머지 죄인들이 아줌마가 저리로 끌려올라가는 것을 보고서는 그녀와 함께 나가려고 그녀를 붙잡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아줌마는 참 못되고도 못됐기 때문에 그들을 발로 걷어차기 시작했습니다. ‘나를 끌어올려 주는 거야, 너희들이 아니라, 이건 내 양파지, 너희들 게 아니야.’ 그녀가 이 말을 하기 무섭게 양파가 툭 끊어져 버렸답니다. 그러고 아줌마는 불바다 속으로 떨어져 오늘날까지 타고 있어요. 천사는 울면서 떠나갔답니다.”
지옥에 떨어진 사람도 양파 한 뿌리 정도의 선행을 통해서 천국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도 없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쉬운 일도 어려운 일이 되고 만다.
수호천사가, 하느님께서 다시 한번 아줌마에게 기회를 준다면 천국으로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