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에 일류샤의 죽음과 그의 장례를 치르면서 알료샤(3남, 알렉세이 카라마조프)가 아이들에게 들려준 이야기가 너무도 인상적이다. 아마도 도스토예프스키가 독자들에게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구원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단절, 고립, 미움으로부터 벗어나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에서 부터 시작하되지 않을까?
“일류샤의 바윗돌 곁에서 첫째는 일류셰치카를, 둘째는 서로서로를 절대로 잊지 않겠노라고 약속합시다. 그리고 훗날 우리가 인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또 우리가 앞으로 이십 년 동안이나 서로 만나지 못할지라도 – 어쨌거나 우리가 한 가엾은 소년을 땅에 묻었다는 사실을 기억합시다. 전에 저기 다리 옆에서 이 소년에게 돌팔매질을 퍼부었던 일, 여러분은 기억하시죠? 그 다음엔 다들 이 소년을 사랑하게 되었잖습니까. 멋진 소년, 선량하고 용맹스러운 소년이었으며, 명예를 존중했고 아버지의 명예가 치욕을 겪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분연히 떨치고 일어났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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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간직해 온 아름답고 성스러운 추억이야말로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가장 훌륭한 교육이 될 겁니다. 인생에서 그런 추억들을 많이 갖게 된다면 그 사람은 평생토록 구원받은 셈입니다.”
한 의로운 소년의 죽음을 통해서 알료샤와 아이들은 밀알 하나의 기적을 체험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요한복음서 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