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는 사람과 사귀기 전, 강남의 한 맥주집에서 흑맥주 한 잔씩을 시켜 놓고 책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그 당시 『파리의 우울』을 읽은 지 시간이 좀 지난 상태였지만, 책을 읽었을 당시 너무나 매료되어 시간이 흘러도 대강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의 애인은 내가 『파리의 우울』을 흥미롭게 읽었다고 이야기하자, 너무나 놀라며 자신도 흥미롭게 읽은 구절-시에 가까운 부분이었다-을 줄줄 외었다.
지금 내 뒤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그는 이 순간을 기억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 시에 가까운 구절마저 이제는 잊어 버렸는지 아는 바가 없으나 나에게는 그 순간과 책의 그 부분이 꽤나 가슴 떨리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뭐, 이런 로맨스와는 전혀 관련 없는 내용이지만, 독자 리뷰에 책의 핵심적인 내용만을 꿰뚫어 적을 이유는 없는 것이니. 내 마음대로 적는 감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