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자신이 쌓은 철옹성 안에서 자신의 영혼을 순결하게 지키고자 하는 지식인 ‘나’와, 세상의 모든 진리를 온몸과 감각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노동자 ‘조르바’가 만나 깊은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이다. ‘나’는 원초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조르바’에게 매료되어 그동안 엄격하게 지켜온 금욕주의와 경직된 사고를 다시 생각하게 되고, 조금씩 세상의 실제를 마주하며 성장한다. 조르바 역시 ‘나’를 깊이 이해하고 그가 세상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기꺼이 함께 나눈다. 30살 넘게 차이나는 두 사람이 매일 밤 해변가에 앉아 이야기 나누는 모습은 너무 따뜻하고 편안한 장면이다.

어떤 관념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우면서, 누구보다 가슴 따뜻한 ‘조르바’가 겪어온 이야기를 들으며 나 역시 그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기쁨과 슬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육체적 쾌락을 너무도 사랑하는 조르바. 무엇보다 지금에 집중하고 충실한 조르바는, 누구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이 책의 작가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인 이야기라던데, 그의 글이 이렇게나 생동감 있고 매력적인 느낌을 주는 것은 진짜로 조르바의 영향이었던 것이다!

솔직히 절반 정도까지만 해도 조르바가 괴팍하고 여자만 밝히는 괴짜라고 느껴져, 좀 의아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욕망을 감추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하는 조르바의 모습이 점점 통쾌하고 시원하게 느껴지면서 차츰 빠져들게 되었다. 처음부터 정해진 매력이 아니라, 읽으면서 찾아내게 되는 매력이라고 해야 할까. 아마도 그래서 더 끌리고 마지막엔 조르바와 헤어지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제일 마지막이 제일 재밌는, 그래서 끝내기가 너무 아쉬운 그런 느낌이었다.

초반에 이야기에 완벽히 몰입하지 못해 놓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또, 조르바를 오해해서 미안한 기분이 든다. 여유가 생길 때, 앞부분이라도 꼭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