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이나 기분 나쁘게 나를 아주 꼭 닮은 책 속의 화자를 만났다. 아주 찌질하고, 밑도 끝도 없이 근본 없으며, 허세는 잔뜩 들어서 남들 앞에서는 있어 보이길 원하고, 주기적으로 회의주의와 허무주의에 사로잡혀 신세한탄만 하는, 자신을 참 안타깝게 여기면서도 자신을 돌볼 줄 모르고, 자신의 ‘낭만주의를 힐난’하면서도 그것을 지키길 원하는. 언젠까지 살아있는 삶을 동경만 할 텐가. 언제까지 지하방에 갇혀 자신의 신세를 한탄만 할 것인가. 모르겠다. 그냥, 오늘은 이 책에 푹 파묻혀 그처럼 나의 아주 더럽고 추악한 본질까지 되새겨 보는 그런 몽상이나 즐겨봅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