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바와 주인공 ‘나’가 살고 있는 크레타 섬에서는 여름 녹음 냄새가 물씬 난다. 비유 한마디, 한마디에 한여름 풀에 앉은 비의 축축함이 생각나게 한다. 조르바와 보스인 ‘나’의 인생을 다룬 이 책은 ‘그리스인 조르바’다.
◆일상에서 찾는 특별함
이 책의 주요 내용은 등장인물 조르바와 갈탄 광산의 총책임자인, 보스라고 불리는 ‘나’와의 에피소드를 끊임없이 나열하는 것뿐이다. 사실 정말 별거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시답잖고 영양가 없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들은 쉴 새 없이 동네 과부들을 탐하려 애쓰고, 가끔은 성경과 예수, 종교를 안주삼아 술집에서 럼주를 한탕 마신다. 저질적이고 퇴폐적인 내용도 있지만, 그럼에도 읽는 자들은 어느새 공감하게 된다. 문장 하나하나에 철학과 진심이 담긴 이 소설을, 조르바를 거부할 자가 몇이나 될까.
◆대립의 미(美)
그야말로, 모순적이게도 완전한 대립으로 완벽의 의미를 재건한다. 작가는 어쩌면 ‘정반합’ 논리를 글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처럼 보인다. 보스로 나오는 주인공 ‘나’와 조르바는 정반대의 인물로 표현되면서 매 쟁점마다 사사건건 싸운다. 서로 주장하고, 때로는 이해하고, 관용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변함없다. 조르바는 미친 듯이 자유로우며, ‘나’는 미친 듯이 얌전하다. 정말 정반대인 그들이다. 그러나 때로는 약해지는 자유의 자아에 위로를 건네고, 타협하는 자아에 응원의 말도 건네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가 좋다.
◆어쩌면 그들은 하나일수도
그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한 명의 방관자로서 가만히 읽고 있자면,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들은 어쩌면 한 명이 아닐까?’ 한 사람 안에 존재하는 두 개의 자아가 갈등하고 타협하는 모습, 우리 마음속에서 스스로 미완하는 ‘고민’이라는 사건의 자초지종이 그들로 투영되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운 자아인 ‘조르바’와 그에 비해 세상과 타협하며 평화를 추구하는 자아인 ‘보스’. 이 둘의 대화 하나하나가 우리들의 귀에 쏙쏙 박히는 이유는 우리 역시 고민의 과정을 항상 겪는 평범한 인간이기 때문 아닐까. 결국 우리 모두에게는 자유로운 자아와 타협하는 자아가 공존한다는 것을, 획일화된 시대에 살고 있는 이 시대 현대인들에게 인정하라고 반증하는 셈이다.
◆‘-ism’(이즘)의 갈등으로